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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정찰기 3종세트 이례적 한반도 동시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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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28일 오후 4시59분쯤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쐈다. 한반도 상공에 이례적으로 미 핵심 정찰기 3대가 전날에 이어 이틀 동안 작전을 펼친 가운데 벌인 도발이다.

“북한 특이동향 실제로 감지” 관측 #북, 초대형 방사포 2발 동해로 쏴 #JSTARS, 표적 600개 동시 추적 #EP-3E는 전파정보 수집 능력 탁월 #리벳 조인트, 통신·신호 분석 역할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발사체를 북한이 개발 중인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은 성명에서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군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잇따랐던 2017년 이후 2년 만에 합참 작전 담당자 명의로 나온 대북 성명이다.

북한, 함남 연포서미상 발사체 2발 발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 함남 연포서미상 발사체 2발 발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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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는 고도 97㎞를 찍은 뒤 최대 비행거리 380㎞를 기록했다. 일본 방위성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13번째 단거리 발사체 도발로,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시험발사한 지 28일 만이다. 북한은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연평도 포격 9주기인 지난 23일 서해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쏴 군사분계선 일대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이날 발사체 발사 시간은 미국 워싱턴에선 새벽 2시59분쯤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 결렬에 대한 불만과 추가 도발 가능성을 알려 미국에 입장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북한의 정치적 도발”이라고 말했다.

2만·3만 피트 따로 정찰 … 이틀간 샅샅이 뒤졌다

미 정찰자산

미 정찰자산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달 31일 당시 3분 사이에 2발이 연이어 날아갔는데, 이날은 30초 간격으로 발사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 사격 체계를 완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해외 군용기 추적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정찰기인 E-8C 조인트스타스(JSTARS)와 미 해군 정찰기인 EP-3E가 이날 순차적으로 각각 한반도 상공 3만2000피트(9075m)와 2만3000피트(7000m)에서 작전을 펼쳤다. 전날 서울과 경기도 일대 상공에서 RC-135V(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움직인 데 이어 하루 만에 다른 종류의 핵심 정찰기를 보내 공개 정찰 활동을 벌였다. 정찰기 3종 세트 동시 출몰이라는 이례적인 점으로 볼 때 북한의 특이 동향을 미국이 실제 감지한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통상 군용기, 특히 정찰기는 작전할 때 보안상 위치발신장치를 끈다”며 “그러나 이번엔 해당 장치를 켜고 이틀간 세 차례나 등장했다”며 최근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날 단거리 발사체 발사뿐 아니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이른바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의 움직임 등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북한을 향해 ‘다 들여다보고 있다. 경거망동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P-3E는 전파 정보(엘린트) 수집에 특화된 정찰기로 미사일 발사 전후 방출되는 전자신호와 핵실험 때의 전자기 방사선 신호를 포착한다. 또 동체 앞부분 밑 길이 7.2m의 고성능 감시레이더로 250㎞ 밖의 지상 표적을 감시할 수 있는 JSTARS는 최대 10시간가량 비행하며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 추적할 수 있다. 한반도 면적의 5배인 약 100만㎢ 지역이 작전 반경이다.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TEL),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항구의 잠수함 등이 탐지 대상으로 꼽힌다. 리벳 조인트는 통신·신호정보(시긴트)를 전문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일종의 ‘감청 정찰기’로 적의 활동을 미리 파악하는 데 쓰인다.

실제로 이 정찰기들은 과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전후로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JSTARS가 가장 최근 한반도 인근에서 포착된 것은 지난 10월 5일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 미 공군기지에서였다. 그 사흘 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감시 및 견제의 의미로 풀이됐다. 미국은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전후로도 JSTARS를 투입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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