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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꾹 다문 유재수…구속영장심사, 감찰 무마 수사 분기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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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업무 관련 업체들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은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의 갈림길에 섰다. 유 전 부시장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검찰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 의혹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오전 10시 13분쯤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한 유 전 부시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바로 법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감찰 무마 부탁하신 윗선이 누구냐” “받으신 금품 대가성 없다고 하셨는데 입장 그대로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윗선 더 있는가” “동생 취업 특혜 인정하느냐” “한 말씀이라도 해주셔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입을 꾹 다문 표정을 유지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 시절 업체 관계자로부터 골프채와 항공권 등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보건설 회장의 장남이 대표이사로 있는 자산관리업체에 자신의 동생 취업을 청탁한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은 2년 동안 1억50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관리업체가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채용하기 위해 ‘원 포인트 채용’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를 떠난 이후에도 자신의 책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대량 구매해 달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에게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범죄 혐의를 소명하는 것 외에도 증거인멸 정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소환 조사 전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입을 맞춘 정황과 휴대전화를 자주 교체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은 보통 범죄 혐의가 대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반면 유 전 부시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업체들로부터 일부 금품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시장은 이 부분을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권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친 후 2월부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영장실질심사는 약 2시간만인 낮 12시 35분쯤 마무리됐다. 심사를 바치고 법정에서 나온 유 전 부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법원 주차장에 미리 주차된 승용차로 걸어갔다. "어떤 혐의를 중점적으로 소명했는가" "혐의를 부인했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역시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도읍 "조국, 유재수가 아킬레스건 될 것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부시장의 구속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사건은 유재수 개인의 일탈이 아닌 권력형 비리의 표본"이라며 "유 전 부시장의 구속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통화 내역에서 수사 시점을 전후해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핵심 인사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감찰에서도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각종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또 유 전 부시장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특감반원의 말을 빌려 "지난 해 12월 국회 운영위를 앞두고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이 본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것을 우려해 수차례에 거쳐 대응 회의를 했을 뿐만 아니라 리허설을 하는 등 매우 집중적이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 전 부시장의 신병이 확보되면 검찰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최근 유 전 부시장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던 당시 특감반원들과 이인걸 전 감찰반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조 전 장관 지시로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중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6일 유튜브를 통해 “조 전 장관과 박 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회의해 사표 수리를 받고 감찰은 중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부시장은 그때까지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곧 백 전 비서관과 조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영·윤상언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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