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밤송이 같다. 다른 하나는 두꺼비처럼 생겼다. 같은 동물이라는데, 이 작품의 정체는 뭘까. 26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청 기획전시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투박하지만, 하나같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북맹아학교, 29일까지 전시회 #재학생 70여 명 소조·그림 선봬
전북 익산에 있는 전북맹아학교가 지난 1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일정으로 여는 미술 작품 전시회 ‘도마뱀이 된 코끼리’다. 올해 6회째로 이 학교 유·초·중·고교 재학생 70여 명이 만든 소조 작품과 그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시각 장애나 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최근 1년간 미술 수업과 동아리 활동 중에 만들고 그린 작품이다.
전시회 제목을 ‘도마뱀이 된 코끼리’로 지은 까닭은 뭘까. 전시회가 처음 열린 2014년부터 학생들의 작품을 지도해 온 김운기(34) 미술 교사는 “1회 때 이규선이란 학생에게 찰흙으로 코끼리를 만들어 보라고 했는데 코끼리가 어떻게 생긴 지 모르니 몸통이 기다랗고 다리 4개 달린 도마뱀을 만들었다. 이후 계속 이 제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밤송이 같기도 하고 두꺼비 같기도 한 작품의 정체는 ‘고슴도치(사진)’다. 전북맹아학교 중학교 2학년 송은비(시각장애 1급)양과 박선민(시각장애 2급)군이 도자기 흙으로 만든 작품이다. 두 학생은 저시력 장애인이다. 코앞에 있는 사물을 형태만 흐릿하게 볼 수 있다.
송양 등은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슴도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고슴도치에게도 손길이 갈 수 있게 가시를 없앴답니다. 고슴도치도 부드럽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북맹아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우리들의 눈’이 주관하는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업한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태국에서 코끼리를 직접 만져 본 뒤 저마다 상상한 코끼리를 미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정문수(49) 전북맹아학교 교장 직무대리는 “이 전시회는 시각 장애 학생들이 미술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주목하고 응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