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층 입구에 들어서면 1990년대 오락실 풍경이 펼쳐진다. 지상으로 올라가면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직접 만든 애플Ⅰ컴퓨터에서부터 현대 솔로몬, 삼보 트라이젬, 최신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십년간 출시된 PC를 볼 수 있다. 카세트 테이프,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와 페르시아의 왕자, 창세기전 등 유명 게임 정품 패키지도 전시공간 한쪽을 차지한다.
최윤아 제주 넥슨컴퓨터박물관장 #초창기 게임 SW, PC 수집해 전시 #세계 첫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 #원본 없어 과거 개발자 모아 복원
이곳은 제주시 노형동 넥슨컴퓨터박물관이다. 2013년 7월 개관해 최근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만 10만명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2445㎡의 소규모 박물관 치고는 이례적 성과다.
지난 20일 만난 최윤아(51·사진) 관장은 “디지털 특성상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체험하도록 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 소프트웨어 보전이 왜 어려운가.
- “정품 CD라 해도 10년이 넘어가면 데이터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 PC게임 중 디스켓 형태로 돼 있는 것은 더더욱 구하기 어려웠다. 구동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전시하는 게 우리 원칙이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기인데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예전 데이터를 구하기는 더 어려웠다.”
- 유명 소프트웨어는 개발한 회사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나.
- “초기 IT기업들은 자료를 보존하고 소장하는 개념이 없었다. 요즘 기업 관계자들 만나면 디지털 자료는 수시로 백업에 백업에 백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월이 지나면 데이터는 휘발된다.”
- 넥슨의 첫 게임 ‘바람의 나라’는 2014년 복원했다.
- “‘바람의나라’는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다. 그런데 CD로 보전해놓은 1996년 버전이 작동이 안 되더라. 서버에 있는 건 업데이트에 업데이트해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과거 개발자들이 뭉쳐서 복원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품은.
-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1976년에 만든 애플Ⅰ컴퓨터다. 2012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37만4500만 달러(약 4억여원)에 낙찰받았다. 부품을 구해 복각도 시도했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이 안됐다. 2012년 제주에 온 워즈니악에게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핵심 부품이 없어 작동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케이스에 사인만 받아왔다.”
- 김정주 NXC대표는 박물관에 자주 오나.
- “김 대표는 제주에 있을 때나 손님이 찾아올 경우, 일년에 1~2회 전시 내용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역할을 한다. 또 디지털 기기를 직접 구해서 가져다주기도 한다. 최근에도 구글 VR 데이드림뷰를 기증했다.”
제주=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