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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들은 멜로디가 노래로…비틀스 ‘예스터데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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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22살 때의 일이다. 폴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곧바로 피아노로 달려갔다. 꿈에서 들은 멋진 멜로디를 피아노로 연주하려고 했다. 작곡가 자신이 범상치 않다고 느낀 이 멜로디는 후에 비틀스의 곡으로 완성되어 ‘Yesterday’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1964년은 비틀스가 미국의 빌보드 차트를 점령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이 된 해다. 비틀스는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이 되었으며 음반 판매량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존 레넌과 함께 비틀스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던 폴 매카트니는 작곡가로서도 주목을 받아 그의 노래들이 대중음악의 걸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64년 폴 매카트니는 꿈에서 들은 멜로디를 노래로 만들어 공식 발표하고자 했다. 그는 이 멜로디가 다른 사람의 곡을 표절한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한달 동안 지인들에게 들려주었다. [중앙포토]

1964년 폴 매카트니는 꿈에서 들은 멜로디를 노래로 만들어 공식 발표하고자 했다. 그는 이 멜로디가 다른 사람의 곡을 표절한 것이 아닐까 걱정하며 한달 동안 지인들에게 들려주었다. [중앙포토]

1964년 폴 매카트니에게 또 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될 노래가 꿈속에서 들려온 것이다. 이는 무의식적인 예술 행위였고 행운의 꿈자리를 만난 순간이었다. 폴은 이날 밤 윔폴 가에 위치한 여자친구 제인 애셔의 집에서 잠이 들었다.

폴은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를 노래로 만들어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의식적인 표절을 걱정해 신중을 기했다. 자신도 모르게 예전에 들은 노래를 표절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곡을 표절한 것이 아닐까 걱정한 폴은 한 달가량 지인과 음악산업 관계자들에게 이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폴은 바랬을 것이다. 그들로부터 이 멜로디를 들은 적이 없다는 대답이 나오기를!

다행이었다. 지인들은 이 멜로디를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간이 걸렸지만 폴은 이 멜로디가 자신의 멜로디가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제 폴은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가사는 ‘Scrambled Egg’였다고 한다. 이것은 버터나 우유를 섞어서 만든 달걀 요리이다. 그때 비틀스의 멤버들은 이 곡을 ‘Scrambled Egg’라고 불렀다.

1965년 폴은 휴가차 간 리스본에서 호텔 직원에게 어쿠스틱 기타를 빌려 노래의 완성도를 높여 갔다. 후에 노래의 제목은 ‘Yesterday'로 바뀌었고 가사도 우리가 오늘날 듣는 가사로 바뀌었다. 노래에는 최종적으로 현악 4중주 반주가 더해져 은은한 정취를 풍기는 명곡이 되었다.

존 레넌의 회상에 따르면 폴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갑자기 제목과 가사를 한 번에 만들었다고 한다. 폴은 영화 촬영 중에도 스테이지에 있는 피아노로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영화감독 리차드 레스터가 피아노를 치워버리겠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비틀스 멤버들. 비틀스의 ‘Yesterday’는 20세기에만 무려 7백만 번 이상 연주되었다고 한다. 1999년 20세기를 마무리하는 BBC의 결산 투표에서 20세기 최고의 곡으로 선정되었다. [AP=연합뉴스]

비틀스 멤버들. 비틀스의 ‘Yesterday’는 20세기에만 무려 7백만 번 이상 연주되었다고 한다. 1999년 20세기를 마무리하는 BBC의 결산 투표에서 20세기 최고의 곡으로 선정되었다. [AP=연합뉴스]

명곡 ‘Yestsrday’는 1965년 6월 14일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이날은 폴의 23번째 생일 4일 전이었다. 이 노래를 어떻게 녹음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많았다. 결국 다른 멤버들 없이 폴 매카트니 혼자서 노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음반에서 비틀스의 ‘Yesterday'는 폴이 혼자서 노래한다.

‘Yesterday’는 20세기에만 무려 700만 번 이상 연주되었다고 한다. 1999년 20세기를 마무리하는 BBC의 결산 투표에서 20세기 최고의 곡으로 선정되었고, 롤링스톤과 MTV에서도 역대 최고의 곡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위를 차지하곤 한다.

비틀스의 ‘Yesterday'는 개인의 꿈속에서 나타난 멜로디다. 그 후에 가사를 붙이고 반주를 세련되게 입혀 오늘날의 명곡이 되었다. 우리도 꿈속에서 무언가를 듣거나 보게 된다면 그것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 꿈의 세계는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나만의 세계이니까 말이다.

음악평론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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