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해찬 단식현장 왔다 간 뒤…청와대에 이어 관광공사도 “천막 철거해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5일 오전 10시43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엿새째 단식 중인 청와대 사랑채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200여 명의 황 대표 지지자들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를 만나려 천막 쪽으로 걸어오자 “이해찬은 물러가라!” “여기 올 자격도 없다”며 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기력이 없어서 거의 말을 못 하는 것 같다”면서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랑 대화 좀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김도읍 대표비서실장에 문자 보내 #한국당 “이게 대통령의 뜻인가” #이해찬 “단식 중단하고 대화하자”

황 대표가 단식 중인 천막 안으로 들어가 5분여 만에 나왔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기력이 없어서 거의 말을 못 하는 것 같다”면서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저랑 대화 좀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서울은 영하 1도(체감온도 영하 4.4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전날부터 몸 상태가 확연하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진 황 대표는 이날 오후가 돼서야 비닐 천막 밖으로 나왔다. 황 대표는 24일부터 청와대 경호상 천막을 칠 수 없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사랑채 앞으로 이동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찾아가 안부를 묻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찾아가 안부를 묻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다녀간 지 3시간40분 뒤 청와대는 황 대표의 임시 천막을 철거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휴대전화로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비서관은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시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또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7~8명도 이날 오후 단식장을 찾아 “국유지인 청와대 사랑채에서 천막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사랑채 앞은 한국관광공사가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국유지다.

황 대표 측은 22일 밤부터 1평(3.3㎡) 남짓 비닐 천막을 설치했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팀이 말뚝을 세우면 안 된다고 해서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비닐만 낮게 둘렀다”며 “청와대도 이 정도는 양해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기둥이 있는 천막(몽골 천막)을 세웠다. 청와대가 문제를 삼은 건 새 천막이다. 김도읍 비서실장은 “황 대표가 칼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천막을 다시 쳤다”며 “제1야당 대표가 엄동설한에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화답은 없고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이날 나경원 당 원내대표와 이언주 무소속 의원, 이완구 전 총리 등이 황 대표를 찾았다. 25일 오후 8시 현재까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지 않았다.

한편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며 “중단 않겠다.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꺾을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유성운·이우림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