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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폐터널·광부 떠난 사택 LED활용 식물공장 실험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 [사진 강원도농업기술원]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 [사진 강원도농업기술원]

“스마트폰만 있으면 폐석탄광 안에서도 원하는 작물을 키울 수 있어요.”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한 사무실. 강원도농업기술원 김경대 연구사가 스마트폰을 스크린에 연결하자 200㎞가량 떨어진 태백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 안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이 화면에 나타났다.

강원농업기술원 폐광서 고추냉이 스마트팜 실험 #성공하면 함태광업소 동굴 안에서만 1㏊ 재배

김 연구사는 화면을 보며 스마트팜(smart farm)을 활용하면 폐광 안에 사람이 없어도 조명을 껐다 켜고, 물이 자동으로 흘러나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은 농·림·축·수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단계에서 정보 통신 기술(ICT)을 접목해 지능화된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김 연구사는 “미로처럼 뚫려 있는 터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내부에서만 1㏊를 재배할 수 있다”며 “동굴을 하우스로 보면 된다. 탄광 안은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계절과 상관없이 특정 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 가격 안정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김경대 강원도농업기술원 연구사가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김경대 강원도농업기술원 연구사가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인근 조탄금광에도 식물공장 설치할 예정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강원도 내 폐광지 동굴에서 인공광을 활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과 함께 폭 6m, 높이 2.4m 반원형인 태백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30㎡ 규모의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LED 식물공장을 만들었다. 퀀텀닷은 반도체의 나노소재로서 크기에 따라 광 변환이 가능해 식물 생장용 조명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물은 고추냉이를 심었다. 폐광 안은 연중 기온이 10∼15도를 유지해 생장 조건이 까다로운 고추냉이를 기르는 데 적합하다. 현재 400주가 폐석탄광에서 자라고 있다. 수확은 잎의 경우 두 달, 근경은 1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농업기술원 측은 수확이 가능해지면 ㎏당 쌈 채소용 잎은 1만~2만원, 근경은 10만~20만원에 거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초엔 태백의 또 다른 폐광인 조탄금광에도 36㎡ 규모의 식물공장이 설치된다.

농업기술원이 폐광지 동굴에 스마트팜을 활용한 작물 재배에 나선 건 폐광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다. 폐광지역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고용감소, 인구유출, 경제 악화 등 지역 쇠퇴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1995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사업과 예산이 투입됐지만, 지역 쇠퇴를 막지 못했다.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에서 농업기술원 관계자들이 고추냉이가 잘자라는지 보고 있다. [사진 강원도농업기술원]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고추냉이 재배시설에서 농업기술원 관계자들이 고추냉이가 잘자라는지 보고 있다. [사진 강원도농업기술원]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재배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고추냉이. [사진 강원도농업기술원]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폐석탄광인 함태광업소 석탄 운반로에 설치된 재배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고추냉이. [사진 강원도농업기술원]

비싼 전기료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특히 태백은 한국을 대표하는 탄광 도시로 석탄 산업을 앞세워 근대화에 앞장섰던 곳이다. 1983년 인구가 11만7143명에 달했지만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인구가 매년 감소해 현재는 4만4000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원은 고추냉이 시범 재배 성과를 검토해 2020년부터 식물공장 적용이 가능한 강원도 산채 재배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후 폐광과 광부들이 떠난 뒤 방치된 사택, 폐철도 터널 등에 식물공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강원도엔 820여개의 폐광산이 있다. 농업기술원 측은 이들 폐광산 중 동굴 폭이 최소한 4m, 높이가 2m 이상으로 사람이 다녀도 지장 없으면 식물공장을 설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식물공장 설치에 드는 비용과 비싼 전기료, 주거지를 농업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문제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최종태 강원도농업기술원장은 “폐광 등 유휴자원을 활용한 퀀텀닷 LED 식물공장은 폐광지역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설치 비용 현실화와 전기료, 주거지 용도 변경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고급 산채류를 연중 공급하는 기술 개발로 강원 농가 소득 증대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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