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중국을 때리기 위해 준비 중인 법안만 150개 이상에 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20일 미 상·하원 모두를 통과해 중국의 격분을 사고 있는 ‘홍콩인권민주법안’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홍콩인권법안’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갔다. 앞으로 열흘 이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중국은 전례 없이 큰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20일에만 모두 7개의 반박 성명을 냈고 주중 미 대사 대리도 초치하는 행동을 보였다.
중국 언론은 중국이 미국을 향해 7개의 화살을 동시에 쐈다고 말했다. 외교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등 모두 7개 기관에서 미국은 “제 불에 타 죽지 않도록”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 등과 같은 험한 말을 마구 쏟아냈다.
중국 정부 기관이 이렇게 총출동하기는 2012년 일본이 센카쿠(尖閣, 중국명 釣魚島) 열도를 국유화하는 조처를 했을 때 나온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중국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중국은 왜 이렇게 격분했나. “홍콩이 중국에 속하는데 미국이 홍콩 사무에 개입하는 건 중국에 대한 명백한 내정간섭이기 때문”이라고 중국은 설명한다. 내정 문제와 관련해선 처음부터 초강경 태도를 보여야 유사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미국의 행동이 다른 나라의 본보기가 돼선 안 된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홍콩인권법안’이 중국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찔렀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콩인권법안’은 미 정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인권 범죄를 일으킨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 고위층의 해외 자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는 그러나 ‘홍콩인권법안’ 통과에만 만족하는 게 아니다. SCMP에 따르면 미 의회는 현재 경제에서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겨냥해 법안을 준비하는 것만 150개 이상에 이른다.
대표적인 게 ‘위구르인권정책법안’이다. 미국은 줄곧 중국 당국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자치구 내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제 수용소를 만들어 종교와 소수민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구르인권정책법안’을 만들어 미 국가정보 책임자에게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이 야기하는 안보 위협에 대해 매년 의회에 보고하게끔 하려고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중국을 비난하거나 제재하는 조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외에도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해 취하고 있는 기술 강제 이전 조치에 대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법안, 사이버 안보를 위한 법안, 중국에서 수입되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관련한 법안,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관련 법안 등 미 의회가 준비 중인 것은 부지기수다.
20일 미 하원은 ‘홍콩인권법안’을 가결하면서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도 통과시켰다. 홍콩 경찰에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최루탄, 고무탄, 전기 충격기 등 특정 군수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SCMP는 미 의회에서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 차고 넘치는 이유는 ‘중국 때리기’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모두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이슈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중국 때리기’ 법안은 계속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미 의회서 중국 때리기 법안 차고 넘치는 이유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 동의 얻기 쉽기에 #신장 위구르족 인권 보호 법안도 마련 중 #중국은 각 부처 총 출동해 격렬하게 반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