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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자궁내막 두껍게 해 시험관아기 안전한 보금자리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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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반복적 착상 실패 극복법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42)씨는 지난 6년간 여러 병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20여 차례 진행했다. 초반엔 난자가 잘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난포에 난자가 들어 있지 않거나 자궁내막이 너무 얇아 매번 착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선 6개월에 걸쳐 질 좋은 배아를 2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김씨는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드는 치료를 받은 뒤 착상에 성공했다. 김씨의 임신을 이끈 박찬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지난 25년간 시험관아기 시술로 5000여 명을 탄생시켜 ‘난임 치료 명의’로 통한다. 난임 인구 20만 시대를 맞아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모아 박 교수에게 일문일답으로 물어봤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박찬 교수가 환자에게 개인의 상태별 맞춤 치료로 반복적 착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성욱 객원기자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박찬 교수가 환자에게 개인의 상태별 맞춤 치료로 반복적 착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성욱 객원기자

자궁내막 얇은 여성 위해 #PRP 치료법 개발 적용 #시험관아기 임신성공률 높여

착상에 계속 실패하는 환자 수는 얼마나 되나.
“난임 환자 10명 중 1명은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뒤 세 번 이상 착상이 되지 않아 임신에 실패한다. 이를 의학적으로 ‘반복적 착상 실패’로 정의한다. 그 원인은 다양한데 최근 환자 나이대가 높아지면서 배아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는 사례가 많아졌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배아의 염색체 상태를 확인한 뒤 배아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착상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
배아 상태가 좋아도 착상이 안 될 수 있나.
“그렇다. 건강한 착상을 위해서는 배아 상태가 좋아야겠지만 배아 상태가 좋다고 착상이 다 잘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자궁에 문제가 있을 때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 폴립, 자궁 격막(자궁 안을 나누는 막이 있는 기형 질환), 난관수종(난관 끝이 막혀 물이 찬 질환) 등 자궁 질환이 있거나 자궁내막 두께가 비정상적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궁 질환은 수술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지만 자궁내막 두께가 너무 얇으면 치료하기 까다롭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힘겨운 종목으로 통한다.”
착상이 잘 되려면 자궁내막이 얼마나 두꺼워야 하는가.
“배란 시기를 기준으로 건강한 여성은 자궁내막 두께가 8~9㎜를 유지한다. 이는 수정된 배아가 착상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배아가 착상하려면 두께가 최소 7㎜는 돼야 한다. 그런데 난임 환자 중엔 4~5㎜에 불과하거나 12~15㎜로 두꺼운 경우도 있다. 너무 두꺼우면 호르몬을 조절해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자궁내막이 얇은 경우인데, 아직은 획기적인 치료법이 없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는 그 대안으로 ‘PRP’(Platelet-Rich Plasma) 치료를 도입했다.”
PRP 치료는 무엇이며 어떻게 적용하나.
“PRP는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을 가리킨다. 환자 자신의 피를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난임 환자에게서 채혈한 뒤 피를 특수 처리해 혈소판을 농축시킨다. 이 혈소판엔 조직·혈관의 재생·성장 인자가 들어 있어 자궁내막을 호전시킬 수 있다. 혈소판이 고농도로 든 혈장을 난임 환자의 자궁 안에 뿌려 주는 방식이 PRP 치료다. 이 치료로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고 건강해져 착상 실패를 거듭한 환자의 착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PRP 치료법의 효과는 어떻게 입증됐나.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김지향 교수팀이 2015년 1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자궁내막 두께가 평균 5.4㎜ 이하인 난임 여성 20명에게 PRP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평균 5.7년 동안 난임으로 고생한 여성의 30%가 임신에 성공했다. 이들의 자궁내막은 평균 0.6㎜씩 두꺼워졌다. 자신의 피를 활용한 덕분에 부작용은 없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생식 내분비학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내분비학 프런티어’에 실렸다.”
착상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면역 세포가 과잉 작동하는 경우다. 일부 난임 환자는 면역 세포가 배아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한다. 면역 세포 중 최일선에서 이물질을 물리치려 달려드는 세포가 NK세포인데, 그중에서도 특정 세포(CD 16·56)의 비율이 NK세포의 12% 이상이면 착상에 방해될 수 있다. 특정 세포의 비율이 높으면 착상을 위해 비율을 줄이는 주사 요법을 시행한다. 혈전(피떡)이 잘 생기는 사람에게서도 착상이 힘들 수 있다. 배아는 착상과 함께 엄마의 미세 혈관을 통해 영양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혈전이 이를 방해할 수 있어서다. 이런 환자에게는 혈액 응고를 막는 약(헤파린)을 처방한다.”
착상을 돕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
“난임 여성은 체중을 조절해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비만으로 인해 당 대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배란이 잘 안 되고 유산 확률이 높아진다. 항산화 영양소를 꾸준히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난소의 노화를 막고 난포 속 난자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산화를 막는 영양소로는 비타민C, 오메가3 지방산, 코엔자임큐텐, 이노시톨, 아르지닌, 엽산 등이 있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는 어떤 곳인가.
“이달 말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난임센터로 확장 개소한다. 이곳은 대학병원 내 설치된 국내 유일의 난임센터로 환자 중심의 난임 다학제 진료와 유전학 센터 등을 갖췄다. 차병원의 60년 여성 의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난임 전문 교수진 10명과 30년 임상 경력을 가진 연구진이 최고의 배양 기술과 시설, 배아 유전자 검사, 미성숙 난자 배양, PRP 시술 등을 통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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