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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고등법원,‘복면금지법 위헌’... “기본권 제한 과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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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코스웨이베이에 복면을 쓰고 나타난 시위 여성. [로이터=연합]

홍콩 코스웨이베이에 복면을 쓰고 나타난 시위 여성. [로이터=연합]

홍콩 고등법원이 18일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이는 행위를 금지한 ‘복면금지법(禁蒙面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공공 안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합리적 수준을 넘어섰다"며 “홍콩 기본법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4일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다음날 오전 0시부터 불법 집회 또는 합법 집회를 막론하고 신분 식별을 제한할 수 있는 복면 착용을 금지했다. 이에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민주파 의원 24명과 시민사회단체가 복면금지법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앤더슨 초우 카밍(Anderson Chow Ka-ming) 판사는 106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 모든 경우에 대해 홍콩 행정 책임자(행정장관)가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홍콩 헌법 격인) 기본법과 양립할 수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벗도록 경찰이 강제하는 조치는 과도하다. 이는 사실상 경찰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제한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6일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고등법원의 판결은 지난달 7일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첫 기소된 18세 홍콩 시립대 학생과 38세 여성에 대한 법원 판결을 앞두고 나왔다.

복면금지법에는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조항뿐 아니라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371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일 기준으로 남성 247명과 여성 120명 등 347명을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4명의 민주파 의원과 렁궉훙(Leung Kwok-hung) 변호사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긴급법은 의회를 우회하는 무제한의 권력을 정부에 준 것이란 점에서 기본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공질서와 무관하게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제한을 가한 법안을 위헌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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