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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고등법원 “시위대 마스크 착용 막는 복면금지법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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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이 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 고등법원이 시위대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는 ‘복면금지법(禁蒙面法)’에 위헌결정을 내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8일 보도했다.

SCMP 등에 따르면 이날 한국 대법원에 해당하는 홍콩 고등법원은 야당 의원 25명이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복면금지법은 홍콩 정부가 52년 만에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입법회(의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통과시킨 법안으로,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됐다.

복면금지법에는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조항뿐 아니라,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 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은 “복면금지법 시행의 근거가 된 긴급법은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행정장관에게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홍콩 기본법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복면금지법이 공공질서에 해를 끼치지 않는 평화 집회 등에서까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해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이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 필요성을 초과했다”며 “기본법의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라는 평가도 나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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