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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코올 지방간 따른 당뇨병, 원인은 '간 속 단백질'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음주와 상관없이 과식, 운동 부족 등으로 간 내부에 지방이 쌓인 걸 비알코올 지방간이라 부른다. [사진 pixabay]

음주와 상관없이 과식, 운동 부족 등으로 간 내부에 지방이 쌓인 걸 비알코올 지방간이라 부른다. [사진 pixabay]

국내 의료진이 비알코올 지방간에 따른 당뇨병 발생 원인을 찾아냈다. 간에 지방이 쌓이면 간 속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고 해로운 단백질 분비가 늘면서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김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ㆍ김상건 서울대 약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18일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비알코올 지방간, 식습관 서구화 등에 증가세 #간 내 특정 유전자 줄고 해로운 단백질은 늘어 #"단백 물질 억제가 새로운 치료 전략되길 기대"

비알코올 지방간은 음주와 상관없이 과식, 운동 부족과 유전적 원인 등으로 간 내부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다. 식습관 서구화 등으로 국내서도 유병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당뇨병, 간경변 등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높다.

연구팀은 간 내 지방 축적과 당뇨병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 31명의 혈액 분석, 비만 실험동물에 대한 간 조직검사 등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비알코올 지방간이 있으면 간 내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맡는 Ga13 유전자가 줄어들면서 몸 전체의 인슐린 조절 기능이 크게 악화했다. 동물 실험에선 Ga13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혈당 수치가 20%가량 더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비만 등 대사 장애를 일으키는 ITIH1 단백질의 간 내 분비는 증가했다. Ga13 유전자가 억제된 실험군의 혈중 ITIH1 농도는 그렇지 않은 그룹의 5배에 달했다.

지방간은 간 전체가 하얗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지방간은 간 전체가 하얗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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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실제 비알코올 지방간을 가진 환자의 혈액 분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비알코올 지방간과 당뇨병을 함께 앓는 환자들에게서 ITIH1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또한 혈중 ITIH1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혈당 등 당뇨 관련 지표가 대체로 안 좋았다.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주요 장기인 간에 지방이 많이 축적되면 특정 유전자 발현이 저하되는 반면, 대사 장애를 일으키는 단백 물질 분비가 상대적으로 증가해 당뇨 발생을 촉진시키는 과정이 확인된 것이다.

김원 교수는 "간의 특정 단백질이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확인한 만큼 해당 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요법 등이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평소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양의 식사로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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