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헬기 추락 사고 후 '제2의 골든타임'이 시작되면서 수색 당국이 독도 해역에서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다.
실종자 떠오르는 시기에 날씨 호전돼 수색 총력 #제2골든타임 소식에 가족들 애타게 기도 #독도 방문 계획도 취소…"찾아만 달라" #이낙연 총리, 가족들 또 찾아 "수색 최선"
지난 16일 오전 대구 강서소방서에서 열린 정기 수색 브리핑에서 수색 당국은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는 ‘제2의 골든타임’이 왔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참석한 민간 자문위원회의 소속 이문진 선박플랜트 연구소 박사가 “사고 발생 13일째부터 실종자가 해상에 부유하기 시작해서 대개 5일에서 일주일 정도 물에 뜨는데, 지난 12일부터 그 기간이 시작됐다”고 설명하면서다.
7명(소방대원 5명·환자 1명·보호자 1명)이 탑승한 소방 헬기가 독도 해역에 추락한 사고는 지난달 31일에 발생했다. 따라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정도가 실종자 수색 골든타임이라는 설명이다. 수색당국은 그동안 부기장 이모(39)씨, 구조대원 박모(29·여)씨, 정비사 서모(45)씨, 손가락 절단 환자 윤모(50)씨 등 4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기장 김모(46)씨, 구급대원 배모(31)씨, 보호자 박모(46)씨 등 3명은 아직 찾지 못 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다소 악화했던 독도 부근 바다 날씨가 주말 동안 양호하다가 17일 오후부터는 다시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늦게 동해중부먼바다에 풍랑특보를 내릴 계획이다. 이에 수색당국은 모든 가용 자원을 총 동원해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함선 49척(수중수색 28・수상수색 21), 항공기 6대를 동원해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골든 타임 소식에 17일 예정된 독도행도 취소했다.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 관계자는 “기상상황도 호전돼 가족들이 ‘수색에 집중해달라’며 독도 수색 현장 방문 계획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총리 “실종자 수색에 총력 다하겠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대구 강서소방서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했다.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실종된 선원 박씨의 여동생은 “골든타임이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찾아 달라”며 “저희 오빠는 손가락을 다친 동료를 데리고 (보호자로서) 헬기에 탑승한 것밖에 없는데 그런 사고가 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급대원 배씨 가족은 “1분 1초가 아깝고 남은 시간이 많이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나머지 3명을 꼭 찾아서 가족 품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이 총리는 “시간이 갈수록 애가 타는 가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시 날씨가 맑아져서 원래 계획이었던 헬기 꼬리 찾는 일을 보류하고 실종자 찾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인양, 오는 20일 이후 진행
수색 당국은 골든 타임 소식에 블랙박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 꼬리 동체 인양을 오는 20일 이후 진행하기로 미뤘다. 앞서 사고 헬기 제조국인 프랑스의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는 “시간이 지나면 수압에 의해 블랙박스 내부 메모리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수색 당국에 전했다.
헬기 꼬리 부분은 사고 5일째인 지난 4일 발견됐다. 다만 실종자 수색 우선을 위해 아직 수습되지 않은 상태다. 수색당국은 현재 블랙박스가 독도 동도(東島) 남쪽 해저 78m 지점에 가라앉아 있는 꼬리 날개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