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투자 "6억넘는 아파트 관심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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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 경매시장에서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인기는 시들한 반면 1억원 안팎의 저가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의 세금 강화 정책, 담보 대출 규제, 버블 논란 영향으로 대부분 투자자들이 고가 물건 응찰에 부담을 느끼면서 뉴타운 및 재개발 지역 저가 물건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경매시장에 거품론의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황제주로 불렸던 고가 아파트의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심리가 확산되면서 자금 부담이 적고 상승 여력이 큰 연립.다세대 물건이 틈새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찬밥 신세'=2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20일 기준) 서울지역 6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매 입찰경쟁률은 3.45대 1로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치(4.7대 1)를 밑돈다.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입찰 경쟁률은 올들어 5월까지 전체 평균치를 줄곧 웃돌았다. 하지만 5월 중순 '버블세븐' 등 부동산 가격 버블 논란 이후 고가 아파트 투자자가 급감, 6월부터는 전체 아파트 평균 입찰경쟁률을 밑도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경기 고양지원 4계에서는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 훼밀리아파트 59평형(감정가 7억3500만원)이 입찰에 부쳐졌지만 1명만 단독 응찰했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104.6%에 불과한 7억6877만원.

지난 6일 서울 중앙지법 경매8계에 나온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54평형(감정가 16억5000만원)도 3명만 응찰해 명성에 못 미치는 입찰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18일 경매에 나온 같은 아파트 57평형(감정가 17억원)은 무려 18명이 입찰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강남권과 함께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도 인기가 시들하긴 마찬가지. 지난 3일 남부지원 경매2계에 나온 5단지 35평형(감정가 9억7400만원)은 최저입찰가(8억1000만원) 수준인 8억17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단 2명.

지난 4월 경매에 부쳐진 목동 신시가지 1단지 35평형(감정가 8억원)은 15명이 몰려 입찰 경쟁을 벌이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저가 연립.다세대 '인기 만점'=이달 서울지역 1억~2억원대 연립.다세대의 입찰경쟁률은 6.87대 1로 서울 전체 연립.다세대 평균 입찰경쟁률인 6.09대 1을 웃돌고 있다. 지난 3~5월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에 뒤쳐졌던 입찰경쟁률도 6~7월엔 큰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 19일 서울 남부지법 경매5계에 나온 강서구 화곡동 18평형 다세대 주택에는 무려 25명 입찰에 참여했다. 감정가 9000만원에서 2회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5760만원까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밀집돼 있는데다 방화뉴타운이 가까워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혔다.

18일 입찰에 부쳐진 양천구 목동 24평형 연립주택(감정가 1억3000만원)도 17명이 입찰 경쟁을 벌여 2억156만원에 낙찰됐다.

10일에는 송파구 거여동 22평형(감정가 7500만원) 다세대 주택이 42대 1의 입찰 경쟁률을 기록했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3배에 달하는 2억1663만원. 거여.마천뉴타운, 송파신도시 등 대형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풀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당분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민감한 호재에도 반응을 보이는 연립.다세대 물건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충분한 물건분석 없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입찰할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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