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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옆 녹색 숲 가꿔 생태 도시로 발돋움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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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구 수성구청의 공무원들은 김대권 구청장을 어려워 하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보고만 받는 상급자가 아니라, 어울려 밥을 먹거나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서다. [사진 수성구청]

대구 수성구청의 공무원들은 김대권 구청장을 어려워 하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보고만 받는 상급자가 아니라, 어울려 밥을 먹거나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서다. [사진 수성구청]

“부자 도시 수성구의 업그레이드는 아파트 숲을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생태 도시로 발돋움하는 겁니다.”

김대권 대구 수성구청장 인터뷰 #‘교육 1번지’ 바탕…미래 교육 준비 #걷는 길, 예술촌, 식물원 등 조성해 #은퇴 후에도 평생 사는 도시 목표

김대권(57) 대구 수성구청장은 지난 11일 “대구의 서초구(서울)로 불리는 수성구의 미래 개발 방향은 브랜드 아파트 유치 같은 회색 도시로의 발전이나 꾸밈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성구는 브랜드 아파트, 입시 학원만 밀집한 것 같지만 사실 74%가 녹지다. 이들 녹지공간을 활용해 걷는 길을 곳곳에 만드는 등 자연 친화적인 생태 도시로 꾸며나가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자녀 교육만 하고 떠나고, 집값이 오르면 팔고 떠나는 회색 도시 수성구가 아니라 은퇴 후에도 남아 평생 사는 수성구가 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성구는 전입 선호 1번지다. 주민이 왜 떠난다는 건지.
“2018년 말 기준 수성구에 등록된 외제 차는 전국적으로 서초구 5만4951대 다음으로 많은 5만2380대다.  그만큼 부자가 많다. 교육열이 높고 유명 학원도 많다. 주민들이 자녀 교육 문제로 수성구 전입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수성구에 전입해 살다가 자녀교육이 끝나면 인근 동구나 중구·달서구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돈으로 더 큰 집에 덜 붐비는 동네에 살 수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떠나는 주민을 잡아야 수성구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수성구에 따르면 110여㎡대 수성구 범어동 A 아파트 매매가는 11억원 정도다. 비슷한 면적의 이웃 동구 신암동 B 아파트는 5억원 정도다.)
생태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수성구의 녹지지역인 범어공원·진밭골·수성못·매호천 등을 중심으로 걷는 길을 우선 만든다. 사업명도 ‘생각을 담는 길’로 정했다. 매호천~담티고개~고모역을 거치는 순환코스 18㎞ 등 다양한 걷는 길을 구상하고 있다. 아파트 숲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걷는 길과 자생초 군락지, 생태 식물원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 오래된 원룸 등을 사들여 예술 창작촌으로 만드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수성구는 교육 1번지 아닌가.
“수성구엔 2018년 서울대를 29명이나 보낸 대구과학고 등 명문이라 할만한 17개 고교가 있다. 입시학원은 수없이 많다. 이들이 교육 1번지 명성을 만든 게 맞다. 입시에 포커스가 맞춰진 이들의 명성을 잘 지키면서 수능처럼 당장 보이는 교육 가치가 아닌, 잠재 능력을 발휘하는 교육에 중점을 둔 미래형 교육도 준비해야 교육 1번지 명성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다양한 사업을 한다. 9.5t 트럭을 개조해 각종 만들기 체험 공간으로 꾸민 ‘찾아가는 메이커 실험실 트럭’이 대표적이다. 또 범어도서관 1층엔 이달부터 ‘메이커 스페이스’를 시범 운영한다. 메이커 스페이스 등은 3D프린터 등을 두고 학생이 다양한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 공간이다.”
지역에 범죄 등 안전 문제는 없나.
“수성구는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받았다.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공표하는 지역안전도 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범죄 예방분야에서도 수성구는 최근 4년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전국에서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자체로 인정받고 있다.”

경북 울진 출신인 김 구청장은 1996년 제1회 지방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선 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대구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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