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이 11일 거대한 태양 앞을 지나갔다. 붉게 타고 있는 태양을 '작은 검은점' 형태로 가로질렀다. 이는 100년에 13차례밖에 관측되지 않는 '수성 일면현상' 또는 '수성일식'이라 불리는 천문 현상이다. 다음은 2032년에나 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수성일식은 이날 12시 35분(그리니치 표준시·GMT)에 시작돼 18시 04분까지 5시간 반 정도 관측됐다. 미국 동부와 캐나다, 그린란드의 남서쪽 끝, 대부분의 카리브해, 중앙아메리카, 남미 전체 및 서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일대는 당시 일몰 이후여서 관측할 수 없었다.
[서소문사진관]
또 수성은 166일 주기로 태양을 돌고 궤도가 기울어져 있어 지구의 공전 궤도와 각도가 일치하는 5월이나 11월 중에 태양과 수성, 지구가 일직선 상에 있어야 관측할 수 있다.
지구에 가까이 있는 달이 태양 앞을 지날 때는 태양 빛 전체를 가릴 수 있는 개기일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수성은 지구에서 워낙 멀리 있다 보니 태양 면을 지나가는 작은 검은 점으로만 표출된다. 게다가 수성의 11월 궤도가 태양에 더 가까워져 태양 면에서 포착되는 검은 점의 크기도 직전 관측 시점인 2016년 5월보다 더 작게 나타났다.
수성은 크기도 아주 작다. 태양은 지름이 139만1116㎞에 달하지만,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은 4879㎞로 지구의 38%에 불과하다. 태양의 283분의 1 정도여서 태양 필터를 장착한 망원경을 활용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구에서는 수성 일면통과 외에 금성 일면통과 현상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금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정확히 위치할 때 발생하는 천문현상으로 지난 2012년 6월 6일 마지막으로 관측됐고 다음 금성일면통과는 무려 100여년 뒤인 2117년 12월 10~11일께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