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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발사에 분노 홍콩 시위대, 친중 남성 기름 붓고 불붙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찰의 실탄발사 사건이 발생한 11일 오후 홍콩 마안산 지역 인도교에서 시위대로 추정되는 인물 두 명이 친중 성향의 한 중년 남성과 말싸움을 벌이다 몸에 기름을 부운 뒤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 경찰은 이 남성이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 캡처]

경찰의 실탄발사 사건이 발생한 11일 오후 홍콩 마안산 지역 인도교에서 시위대로 추정되는 인물 두 명이 친중 성향의 한 중년 남성과 말싸움을 벌이다 몸에 기름을 부운 뒤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 경찰은 이 남성이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위터 캡처]

홍콩 경찰이 11일 오전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오후 2시(현지시각) 현재 2명이 중태다. 홍콩 경찰의 실탄 발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1일과 4일 시위 땐 경찰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경찰은 맨손으로 시위대 한 명과 몸싸움을 하다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갑자기 총을 꺼내 발사했다. 이어 다른 시위대 한 명이 다가오자 실탄 두 발을 더 쐈다. 이는 홍콩 현지 매체 페이스북에서 생중계됐다.

시위대 2명 피격 페북 생중계 #친중 남성은 가슴·팔 2도 화상 #경찰 오토바이로 시위대 돌진

이날 오후엔 시위대가 친중파 남성의 몸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이는 사건도 벌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낮 12시 53분 “너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며 시위대와 말다툼을 벌이는 한 중년 남성에게 시위대 2명이 “우리는 홍콩인”이라며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피해 남성은 가슴과 팔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월요일 출근길의 실탄 발사로 시위대의 분노는 확산일로다. 반중(反中) 시위가 주요 분기점을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실탄을 맞은 2명 중 21세 남성은 오른쪽 신장과 간 부근에 총알이 박혀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 기조는 지난달 말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후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특히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상하이에서 만나 재신임하면서 “조금도 흔들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홍콩 경찰의 초강경 대응은 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4중 전회 이후 첫 시위가 열린 지난 2일 홍콩 경찰은 집회 직후 병력을 투입, 이날 하루에만 200여 명을 체포했다. 시위 6개월 만의 초강경 대응이었다. 이틀 후엔 홍콩과기대 2학년생인 차우츠록(周梓樂)씨가 시위 중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에서 추락해 지난 8일 사망했다. 홍콩 시위 첫 희생자다.

차우 추모 집회 성격으로 시작한 11일의 시위는 확산일로다. 한 경찰 간부가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라고 지시하는 모습, 경찰이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대로 돌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의 진압에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며 맞서고 있다. 시위대가 지하철 안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시위대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과 홍콩과기대는 “학원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전수진·박성훈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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