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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은 노동계가 좀 수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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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오후 6시에 시작해 2시간40분 동안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모친상을 와준 여야 5당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였다. 청와대에선 “비정치적 성격”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회동이 이뤄졌다.

5당 대표와 160분 막걸리 만찬 #황교안 “민부론 국정에 반영을” #문 대통령 “청와대에 책 보내달라” #황교안·손학규 패스트트랙 설전 #대통령이 양손 들어 둘 진정시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자리가 그러나 비정치적일 순 없었다. 문 대통령은 협조를 요청했다. 여야 대표들 간 토론이 벌어졌고 고성도 오갔다. 회의 참석자들과 각 정당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것은 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 국회가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부터 노동존중정부를 표방했지만 공약 이행이 되지 않아 불만이 고조됐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주장에 대한 답변이었다.

문 대통령은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며 “일본의 경제침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본 강제 징용문제와 관련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계속 관광을 이어가는 방법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문 대통령도 적극 공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등의 처리는 이날 회동의 핵심 논쟁거리였다. 문 대통령은 군소 야당의 선거제 개편 요구와 관련,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며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도 여야 간에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이 문제 잘 협의해서 처리하면 좋겠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반론을 제기했다. “패스트트랙은 한국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강하게 맞받았다. 이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황교안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답하며 분위기가 격해졌다. 문 대통령이 양손을 들어 둘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한국당이) 실질적으로 협의에 응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반박하면서도 “앞으로 잘 협의해 나가자”고 황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통령 면전에서 뜨거운 (정당 대표들이) 실질적 토론 한 것으로 나쁘게 보지 않는다”며 “결국 밥 먹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당이 발간한 경제 정책 대안인 ‘민부론(民富論)’과 외교안보 정책 대안인 ‘민평론’ 책을 청와대에 보내 달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가 한국당이 제시한 민부론과 민평론을 잘 검토해 국정에 반영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했고,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두 책을 보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개헌안 냈다가 무색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아까 얘기한 대로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에 따르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강하게 복구 의지를 밝힌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대해선 황교안 대표도 “당에서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날 만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해찬 민주당, 황교안 한국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평화당 대표와 사전 환담을 나눴다. 환담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밝은 표정으로 황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어 이 대표, 정 대표, 심 대표와 차례로 악수를 했다. 환담 자리에는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별도 장소에서 이뤄진 만찬을 위해 평택약주와 함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추천한 전북 정읍 막걸리 등 두 종류의 술을 준비했다고 한다. 메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인한 소비위축을 감안해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는 뜻에서 돼지갈비 구이가 포함됐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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