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교류 우선 트고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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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천주교 신자 2O여명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성체대회에 초청하겠다는 천주교의 요청을 정부가 승인했고, 또 북한측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남북한 교류의 새로운 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남북한간의 교류와 접촉이 상호불신의 벽을 허물면서 통일에로 접근하는 왕도임을 누누이 지적해왔기에 이번의 북한 신자 초청승인을 고무적이고도 획기적인 일로 평가코자한다.
북한신자 초청승인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두 가지로 대별될 수 있다.
7· 7선언이후 무분별하게 확산된 맹목적 통일 지상주의론이 활개를 치면서 절차와 과정이 무시된 채「무조건 통일」이라는 수렴식 통일론이 남쪽체제의 분열과 갈등을 조성했고, 급기야 밀입북 파동에서 공안정국으로 이어지는 반통일적 뒷걸음질을 재촉했다.
무분별한 통일지상주의가 현실적으로는 반통일 요인임도 확인되었지만 밀입북 파동을 빌미로 한 공안정국의 편새된 대북 관계 또한 정부의 통일의지를 의심케 하는 요인이 되었음도 또한 분명한 현실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북한 신자 초청승인이 갖는 그 첫째 의미는 7·7선언 이후 1년여의 갈등과 혼란, 불신과 오해를 정리하고 차분한 자세로 남북 관계를 마주하게 되었다는 통일여론의 재통합을 뜻한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납북당사자간의 상호협약과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한 접촉과 교섭이 종교와 학술단체를 주축으로 해서 확대될 때 그것이 갖는 두번째의 의미를 북쪽체제 내부의 변화에서 우리는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재와 경공업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북한의 진보적 개방주의 세력의 입지를 넓혀주고 적화통일론자들의 시대착오적 망상을 환기시켜 줌으로써 북한사회의 개방과 자유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은 남북관계의 긴장을 어떤 형식으로든 완화시키고 해소시키느냐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간 긴장관계의 해소와 완화를 촉진하는 길이 바로 종교·문화·학술단체의 교류임을 확인할 때 「방북」 과 「방남」이 가져올 현실적 성과는 기대이상으로 증폭될 것이다.
결국 정부의 북한 신자 초청승인은 안으로는 그 동안의 무분별했던 통일론의를 재통합함으로써 맹목적 통일지상주의자들의 극좌적 모험주의를 무화시키는 한편 수용하면서 밖으로는 북쪽의 개방과 자유화를 유도하는 실천의 길이라는 고무적인 평가를 얻게 된다.
알려진 바로는 최근 경희대의 「고구려 문화권 답사 준비위」의 방북신청이 접수되어 있고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한강유등제」에 북한의 불교도를 초청하고, 평양에서 「대동강유등제」를 북한 불교인과 공동개최 할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의구현사제단이 방북신청을 하겠다는 계획까지 합친다면 알게 모르게 정부에 여러 건의 방북신청서가 쌓여질 것이다.
정부는 이번 천주교 북한신자 초청승인에만 머무르지 말고 계속해서 대표성 있는 단체의 남북교류 신청이라면 체제·반체제의 성향 구별에 묶이지 말고 남북교류 협력지침의 원칙에 따라 더욱 활발하게 추진할 것을 당부한다.
또 북한도 이러한 교류에 적극 호응하기를 촉구한다.
남북한간의 교류와 접촉이 활발해질수록 그것이 곧 통일로 가는 실천의 거보임을 우리 모두 확인하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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