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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헬기사고 11일째 실종자들 어디에…잔해물 발견 소식만

중앙일보

입력

6일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 현장에 투입된 3500t급 해군 수상함구조함 광양함(ATS-32, 오른쪽)이 탐색·구조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해군]

6일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 현장에 투입된 3500t급 해군 수상함구조함 광양함(ATS-32, 오른쪽)이 탐색·구조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해군]

독도 해역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11일째인 10일에도 추가 실종자 발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수색 총력에도 실종자 4명 아직 발견못해 #수면에 떠 있는 기체 파편만 잇따라 찾아 #이낙연 총리, 9일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

수색당국은 9일 야간부터 10일 새벽까지 13척의 함선을 동원해 해상에서 집중 수색을 펼쳤지만 발견된 건 부서진 헬기 기체의 잔해물뿐이었다. 수면에 떠 있던 기체 창문 부분 등이다. 앞서 9일에도 헬기 앞바퀴, 8일에 조종석 햇빛 가림막 등 잔해물이 발견됐다.

수색당국은 10일 오전에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함선 15척(해경 5척, 해군 5척, 관공선 5척)과 항공기 6대(해경 2대, 해군 2대, 소방 2대)가 투입됐다. 해군은 청해진함과 광양함을 동원해 수중 수색도 진행한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독도 부근 해상의 파고가 1~1.5m 정도로 낮아서다. 오전 9시부터 무인수중탐사기(ROV)가 해저에서 정밀 탐색을 진행 중이다.

연안에서는 잠수사 37명과 고속단정 등이 투입돼 수심 40m 이내인 곳에서 수중 수색을 하고 있다. 해안가에선 실종자가 해안으로 떠밀려 올 가능성에 대비해 드론과 소형구조보트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독도 해역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색당국이 10일 오전 사고 해역에서 발견한 헬기 동체 잔해물. [사진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

독도 해역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수색당국이 10일 오전 사고 해역에서 발견한 헬기 동체 잔해물. [사진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

하지만 10일 밤부터는 독도 해역(동해중부먼바다)에 풍랑 예비특보가 발효되면서 파고가 평균 2~3m, 최대 4~5m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수색을 계속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 관계자는 “해양경찰, 해군, 소방은 실종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는 기장 김모(46)씨와 구급대원 배모(31)씨, 구조대원 박모(29)씨, 선원 박모(46)씨 등 4명이다.

부기장 이모(39)씨와 정비사 서모(45)씨의 시신은 지난 2일 헬기 동체에서 남동쪽으로 각각 150m, 1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했다. 수색당국은 같은 날 오후 9시 14분쯤 시신 2구를 청해진함으로 인양했다. 응급환자인 선원 윤모(50)씨 시신은 지난 5일 인양했다.

한편 9일에는 사고 열흘 만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과 만났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다.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한 것보다 뒤늦은 국무총리의 방문에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열흘째인 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열린 이낙연 총리와 실종자 가족 면담에서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열흘째인 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열린 이낙연 총리와 실종자 가족 면담에서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한 실종자 가족은 이 총리에게 “처음엔 살아있거니 했다. 이젠 다른 욕심 없다. 시신만이라도, 뼛조각만이라도 찾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차가운 바다 어디에 있을 대원과 선원들을 하루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모든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가족을 잃은 여러분의 마음만큼은 아니지만 저희들도 몹시 안타깝고 애가 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가용 인력을 최대한 늘리겠다. 가능하다면 수역에 익숙한 민간 잠수사들의 힘도 빌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수색 과정의 아쉬움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수중 수색이 가능한) 광양함이 사고 7일차에서야 투입돼 상당히 아쉽고 청해진함에 포화잠수사가 최대 9명까지 투입가능한데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6명이 작업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열흘째인 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찾아 실종자 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독도 소방구조헬기 추락사고 열흘째인 9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를 찾아 실종자 가족과 면담하고 있다. [뉴스1]

다른 가족은 “총리님 신년사에서 사자성어 호시우행(虎視牛行)을 말했다.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 정황을 살피고 황소의 육중한 걸음걸이로 이행하자는 말씀이었는데 지금 호시우행이 되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총리는 “당장이라도 현장 점검하고 최대한 수색이 빨리 이뤄지도록 다시 한 번 챙기겠다.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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