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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빛 타지마할이 얼룩덜룩…‘머드팩’ 긴급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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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15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한 왕비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야무나 강변에 만든 건축물이다. 1631년부터 22년간 이어진 대공사 끝에 탄생한 이 묘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한용수]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15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한 왕비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야무나 강변에 만든 건축물이다. 1631년부터 22년간 이어진 대공사 끝에 탄생한 이 묘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 한용수]

지난 9월 4일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아그라(Agra).
인구 100만명 남짓의 이 소도시엔 하루 평균 2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인도의 자랑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서다.

대기오염과 전쟁 - 도시 이야기 ①인도 뉴델리·아그라

인도의 우기가 시작되는 관광 비수기인 9월인데도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이날 오전부터 장사진을 이룬 관광객 틈에 섞여 붉은색 성문을 지나자 거대한 정원 뒤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하얀 대리석의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15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한 왕비 뭄타즈 마할을 기리기 위해 야무나 강변에 만든 건축물이다.

1631년부터 22년간 이어진 대공사 끝에 탄생한 이 묘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완공 후 4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타지마할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여전히 아름다웠다.

대기오염에 흰색 빛 잃어가

타지마할을 둘러싼 4개의 흰색 타워 중 하나는 보수 작업을 위해 설치한 작업용 철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다. 플라스틱통과 걸레를 든 인부들은 이 철 구조물 위에서 타지마할 외벽 얼룩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용수]

타지마할을 둘러싼 4개의 흰색 타워 중 하나는 보수 작업을 위해 설치한 작업용 철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다. 플라스틱통과 걸레를 든 인부들은 이 철 구조물 위에서 타지마할 외벽 얼룩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용수]

하지만 이 아름다움에 압도된 것도 잠시.
눈앞에서 마주한 타지마할은 본연의 흰색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대기오염 때문이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 비주얼(Air Visual)이 지난해 전 세계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인도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72.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조사대상 73개국 중에서 인접국인 방글라데시·파키스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세계 최악 미세먼지 도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계 최악 미세먼지 도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20개 도시 중에서도 인도의 15개 도시가 포함됐다.
타지마할을 품고 있는 아그라는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4.8㎍/㎥를 기록해 16위에 올랐다.

인도는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한 여성이 벽돌을 나르고 있는 모습. [AP=연합]

인도는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한 여성이 벽돌을 나르고 있는 모습. [AP=연합]

이런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타지마할 건물 외관 곳곳은 누렇게 변색해 있었고, 하얀 대리석 곳곳은 보수 흔적으로 얼룩져 있었다.

타지마할 관광 가이드인 바바루는 “아그라 주변 벽돌 공장 등에서 나오는 그을음과 자동차 매연, 먼지, 쓰레기 소각 등으로 타지마할의 백색 대리석이 최근 10여 년 사이 급격하게 변색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가 2014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진흙을 건물에 발라 말린 후 증류수로 오염 물질을 씻어내는 ‘머드팩 청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0억 원 들여 외벽 얼룩 지워 

보수작업을 통해 외벽 얼룩을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타지마할. 얼룩 제거 전과 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보수작업을 통해 외벽 얼룩을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타지마할. 얼룩 제거 전과 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이날 타지마할을 둘러싼 4개의 흰색 타워 중 하나는 보수 작업을 위해 설치한 작업용 철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플라스틱통과 걸레를 든 인부들은 이 철 구조물 위에서 타지마할 외벽 얼룩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바루는 “이 청소작업에는 2억 4000만 루피(한화 약 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면서 “대기오염으로 보수공사가 진행되면서 관광객도 예전보다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도 정부도 타지마할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100년 비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여기엔 타지마할 주변에서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을 폐쇄하고 주변 지역에 친환경 교통 수단 도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사진 한용수]

인도 정부도 타지마할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100년 비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여기엔 타지마할 주변에서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을 폐쇄하고 주변 지역에 친환경 교통 수단 도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사진 한용수]

타지마할을 관리하는 인도 인류학연구소(ASI)는 1995년을 시작으로 2001년, 2008년, 2014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외벽에 진흙을 발라 얼룩을 제거하는 타지마할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인도식 머드팩은 ‘물타니 미티(Multani Mitti)’로 불린다. 물타니 미티는 석회질이 풍부한 백토에 천연오일 등을 섞은 머드팩으로 인도 여성이 강한 햇빛에 그을린 피부를 진정시킬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ASI 측은 “머드팩은 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타지마할에 아무런 손상도 주지 않는 세척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해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인도 정부가 사용하는 진흙팩 청소가 대리석의 광택을 없애고, 단지 하얗게만 만드는 데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타지마할의 하얀 대리석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빛을 반사해 시간대별로 다양한 색을 발산하는데, 광택을 잃은 대리석은 빛을 반사하지 못한다.
또 청소를 위해 설치하는 철 구조물도 타지마할 외벽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기정화차량 타지마할에 긴급 배치 

타지마할을 찾은 관광객들이 전기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준비된 전기 버스를 이용해 타지마할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아그라=곽재민 기자

타지마할을 찾은 관광객들이 전기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준비된 전기 버스를 이용해 타지마할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아그라=곽재민 기자

이처럼 대기오염으로 변색하는 타지마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인도 대법원은 정부에 타지마할의 정확한 손상 정도의 파악과 회복을 위해 인도 안팎의 전문가 도움을 받으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타지마할이 관내에 있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 정부는 아그라의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차량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 버스 도입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도로 분진 관리, 쓰레기 폐기물 소각으로 인한 오염 규제, 대기오염 모니터링과 같은 도시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3일에도 인도 북부에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자 우타르 프라데시 주 정부는 타지마할의 외벽 오염을 막기 위해 첨단 공기 정화 차량을 긴급 배치하기도 했다. 이 공기 청정 밴은 8시간 동안 반경 300m 내 150만㎥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량 한 대로 타지마할을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차량 통행 금지…전기버스 타고 가야

타지마할 인근에 관광객을 태우기 위한 전기버스가 줄 지어 서 있는 모습. 아그라=곽재민 기자

타지마할 인근에 관광객을 태우기 위한 전기버스가 줄 지어 서 있는 모습. 아그라=곽재민 기자

인도 정부도 타지마할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100년 비전’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여기엔 타지마할 주변에서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공장을 폐쇄하고 주변 지역에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니틴가드카리 인도 수자원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타지마할 보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타지마할로 통하는 진입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 타지마할이 매연과 미세먼지 영향으로 변색되기 때문이다. 아그라=곽재민 기자

타지마할로 통하는 진입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돼 있다. 타지마할이 매연과 미세먼지 영향으로 변색되기 때문이다. 아그라=곽재민 기자

현재 타지마할 인근엔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준비된 전기 버스를 이용해 타지마할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타지마할을 품고 있는 도시 아그라 주변의 공장 굴뚝에선 여전히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관광객과 시민이 뒤엉킨 도심은 매연과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400년 가까이 하얀 빛을 잃지 않았던 타지마할도 대기오염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아그라(인도)=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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