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북부에서 미국인 가족이 탑승한 차량이 무차별 총격을 받아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멕시코 경찰이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 중 6명은 어린이였으며 8개월 된 쌍둥이와 8세·10세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 또 6명의 어린이가 부상을 당했고 1명은 실종 상태다.
피살된 일가족은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에 사는 미국 국적의 주민들로 지난 4일 치와와를 떠나 이웃 소노라주까지 세 대의 승용차를 타고 이동 중에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우박처럼 쏟아지는 총탄에 맞았고, 이어 승용차들에 불이 붙으면서 목숨을 잃었다. 피살자 가운데 어른들은 로니타 레바론, 도나와 크리스티나 랑포드 부부로 신원이 확인됐다.
멕시코 당국은 마약 카르텔이 라이벌 조직의 차량으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의 차량 대열을 멕시코 범죄조직이 이 지역의 주도권을 위해 싸우러 오는 다른 범죄단 조직원들로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알폰소 두라소 공공안전부 장관은 "이 사건의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 지점부근의 일대에서 활동 중인 태평양 마약조직과 관련된 집단의 소행인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멕시코의 마약 조직과의 전쟁을 지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트위터에 "지금이야말로 멕시코가 우리 미국의 도움으로 마약 조직들과 "전쟁!"을 벌여서 그들을 지구 상에서 쓸어버려야 한다. 우리 미국은 위대한 새 대통령의 요청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올렸다.
이에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제안은 고맙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 이것은 우리 멕시코의 문제이며 멕시코 정부가 독립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마약 조직의 활개로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멕시코군과 경찰이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의 아들을 체포하려다 격렬한 총격 저항에 부딪혀 후퇴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