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올에 깃발 수십개 꽂을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앞으로 치료용 로봇 제작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재미 한인 과학자가 나노(100만분의 1㎜)기술을 이용한 초소형 깃발을 제작, 세계 과학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깃발은 사람의 머리카락 위에 수 십개를 게양할 수 있는 크기다.

미국 텍사스주립대(UTD) 전자공학과 김문제(45)박사 연구팀은 최근 전자현미경과 나노 매니플레이터라는 장비 등을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조기와 텍사스 주기(州旗)를 제작했다.

AP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4일(한국시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표된 김 박사의 연구에 대해 '도대체 깃발이 어디 있는거냐'는 제목 아래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조기가 제작됐으며, 이는 대단한 과학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 박사 연구팀이 만든 깃발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크기로 실리콘과 백금으로 제작됐다. 이 깃발을 만드는 데 응용된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성능 군수용품 생산에 긴요한 기술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9월 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국제 전자현미경학회에서 이번에 성공한 나노플래그 제작 기술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나노소자 (sensor, transistor 등) 제작, 초미니 주사전자현미경 장비 제작, 나노사이즈 암호나 개인 비밀정보 저장 등 실용화할 수 있는 아이템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 나노소재 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인 서상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전자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기계부품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며 "이 기술을 응용하면 나노 로봇 생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주립대학은 주 정부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 등으로부터 3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나노기술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김 박사는 100억원의 연구자금을 특별 지원받아 나노 특성 분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나노플래그 연구를 시작한 김박사는 서울태생으로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가 1984년 애리조나주립대학(ASU)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재료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세계적인 전자현미경 전문가다. 나노연구와 관련된 논문만 130여편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시절 미국 에너지청 연구자금으로 초진공 재료 융합기술장비를 개발했으며, 이 장비는 세계에서 3개(일본 동경대,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국립연구소) 뿐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 박사는 "나노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나노를 이용해 3차원 구조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차세대 전자섬유(매사추세츠공과대학), 나노선 제작 및 특성분석연구(피츠버그대), 차세대반도체 대체물질 연구(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 다른 대학 연구진들과의 공동연구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