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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그들의 뇌가 궁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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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준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준영 정치팀 기자

김준영 정치팀 기자

“하늘나라에 가면 대통령 세 부류가 있다. 타살 박정희, 자살 노무현, 자연사 김대중….” A 국회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사석에서 농담을 꺼냈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하늘나라에 가면 같은 부류끼리 모여 살기 때문에 박정희 옆에는 B(타살당한 여배우)가 있어 좋고, 노무현 옆에는 C(자살한 여배우)가 있어 좋고, 김대중 옆에는 D(이혼한 여배우)가 있어 좋다는, 시시껄렁한 ‘저 혼자 즐거운 농담’이었다.

A 의원이 특수한 건 아니다. ‘영감님’(의원)께서 폭탄 발언하실라 옆에서 전전긍긍하는 보좌진 표정은 하나의 국회 풍경이다. 영감은 그 심정 모르고 기어코 요상한 농담을 꺼내놓곤 한다. 뒤처리는 늘 보좌진 역할이다. “기사로 안 쓰실 거죠?”

살아온 세대가 다르니 웃음 포인트가 다른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정말 궁금한 건, 시국에 민감해야 하는 정치인이 기사 쓰기를 업으로 삼는 기자들 앞에서조차 이런다는 점이다. ‘이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아예 뇌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최근 한국당의 박찬주 전 대장 영입 소동도 정치인의 얕은 공감 능력을 드러냈다. 그가 누군가. 20대 젊은 나이로 군대에 간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 논란에 섰던 사람이다. 조국 전 장관의 불공정을 비판했던 젊은 세대들이, 같은 잣대로 그를 싫어하기엔 이유가 차고 넘친다. 조국 사태에서 한국당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읽어내지 못했다.

일반인이 보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언동이 비단 한국당만의 문제랴. 뇌 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6년 전 『승자의 뇌』에서 권력을 가지면 뇌가 변한다고 했는데, 이미 그보다 9년 앞서서 한국 유력 진보인사가 내놓은 ‘뇌 변화론’도 살펴볼 가치가 있다.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청년 시절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참, 뇌 변화론을 주장한 화자는 올해 만 60세다.

김준영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