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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황태자' 김평일 소환···김정은, 곁가지 정리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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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해외 공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로열 패밀리’를 귀국토록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곁가지 정리'를 완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평일 주 체코 북한 대사 [중앙포토]

김평일 주 체코 북한 대사 [중앙포토]

국가정보원은 4일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김평일 체코 대사와 김광섭 오스트리아 대사를 교체하고, 이들이 곧 귀국할 것 같다”는 설명을 했다고 이혜훈 정보위원장 등 정보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해외 공관의 대사를 3~4년 주기로 교체한다”며 “하지만 김평일과 김광섭 등 김일성 혈통은 1980년대 후반부터 줄곧 해외에서 공관장을 맡고 있다 30여년 만에 이번에 귀국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54년 김일성 주석과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난 김평일은 1988년 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뒤 불가리아와 핀란드, 폴란드 대사를 거쳐 2015년부터 체코대사를 맡았다. 또 김광섭은 김평일의 누이인 김경진(1951년생)의 남편으로 93년부터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냈다. 김일성 주석 생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의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김경진을 해외로 내보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에 따른 자리이동 또는 유럽 지역 대사의 정비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대사는 나이가 지긋해야 한다’는 지시를 했고, 이후 대사들의 나이 제한은 사실상 없다”며 “특히 김평일과 김광섭 대사 등 로열패밀리들은 외교업무보다는 해외체류에 목적이 있었던 터여서 김 위원장이 소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70년대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권력 경쟁에서 밀리며 ‘곁가지’로 분류돼 해외에서 생활해 왔는데, 이번 조치는 ‘곁가지들의 소환’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당국자는 “이들이 곁가지로 불리며 해외에서 전전하는 비운의 인물이라는 일부 평가가 있다"며 "하지만 평양에 있으면 아무래도 권력 주변을 맴돌게 되고 이럴 경우 잡음이 생길 우려에 대비해 구설에 휘말리지 말고 해외에서 편안히 생활하라는 측면일 수 있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오히려 이들이 해외에 있을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2017년에는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된 데 이어 ‘곁가지들’을 관리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틀어잡고 있다”며 “그러나 외국 생활을 하는 로열패밀리들이 서방의 언론이나 정보기관의 타깃이 될 수 있고, 이럴 경우를 피하기 위해 로열패밀리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력이 공고화되며 주변 정리를 마무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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