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회장 소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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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SK 회장)의 검찰 소환에 재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SK사태 당시엔 분식회계와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 등이 수사 대상이었지만 이번엔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이 초점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SK 수사가 확산될 경우 가뜩이나 상황이 어려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1961년 전경련이 설립된 이래 최대의 위기국면"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2일 현명관 부회장이 직원 조회를 열어 "회장에 관한 얘기가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그런 것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에선 '포스트 孫'에 관한 여러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재계의 고민이다.

지난 2월 전문경영인인 孫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될 때도 맡겠다는 오너 회장들이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보다 사정이 더 나빠졌다"며 "이번에도 선뜻 맡겠다는 회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의 기능을 차제에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싱크탱크로 재편하자는 방안도 일부 회원사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SK 측도 SK사태 이후 간신히 정상화 가닥을 잡아가던 그룹 경영이 다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SK㈜회장이 구속 7개월 만인 지난 9월 22일 보석으로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에 孫회장이 소환됐다"면서 "그룹 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밝혔다.

SK 주변에서는 崔회장이 당장 대외 활동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인 만큼 그룹 내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孫회장이 해온 역할을 대행토록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룹 내에선 특히 비자금 의혹의 당사자인 SK해운 경영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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