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권위적인 문화인식 거부|우리음악 소중함 일반에 보급-제3세대 젊은 작곡가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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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과 한반도는 결코 빈이나 독일이 아니다. 여기는 제3세계의 땅이다. 이곳이 제3세계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오히려 우리의 가장 큰 재산으로 아는 의식만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갈 수 있다.』
금년도 예술부문 대상을 수상한「제 3세대」의 창립선언문 요지다..
제3세대는 지난 81년 종속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인식을 거부하는 젊은 작곡가 5명이 모여「자생적인 음악의 창조」를 표방하며 발족됐다.
발족과 더불어 제3세대는 첫번째 창작음악발표회를 81년 6월 가졌다.
진규영(영남대)·허영한(미 유학 중)·황성호(추계 예술대)·이건용(서울대)·유병은(영남대)등 젊은 작곡가들이 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신선한 작품들을 발표, 기성 음악계에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81년 두 번의 발표회를 가진 이후 제3세대는「여건상의 이유」로 4년간에 걸친 긴 침묵 속에 들어간다.
85년 이건용·유병은 등의 작품으로 다시 활동을 재개한 제3세대는 지금까지 매년 2회정도의 창작발표회를 통해 우리문화의 소중함을 일반에 보급하고있다.
제3세대의 업적, 즉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적이고 자생적인 음악의 참조에 전념해온 이들의 음악창작활동에는 세 가지 분명한 경향이 있다.
첫째, 한국전통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자생적인 음악 문화는 그 뿌리를 한국의 전통에 두고 있다는 인식이다.
둘째, 쉬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과 노력이다. 쉬운 음악만이 이 땅의 청중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각이며 이는 또한 그간 일반에「어렵고 난해한 것」으로 규정지어진 현대음악에 대한 반성이다.
마지막으로 이 땅의 현실과 현실에 대한 반응을 음악에 담으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의식은 87년 5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3세대는 창작발표회 등을 통해 우리 음악계에 소중한 충격과 자극을 주었고 80년대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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