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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공사 채점 오류 43명 ‘억울한 불합격’…군은 1년간 몰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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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09면

국방부가 2019학년도 사관학교 입학생 필기시험 과정에서 채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이로 인해 불합격 통보를 받은 대상자는 43명으로, 국방부는 이들 모두 2020학년도 선발에서 구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어 2문항 배점·채점 달라 #육사 19명, 공사 24명 불합격 통보 #체력 검정 등 별도 기회 다시 주기로 #국방차관 “조사 후 책임자 엄중 처벌”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지난해 7월 28일 시행된 사관학교 입학생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문제지 표기 배점과 다르게 채점되는 오류가 있었다고 1일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한 채점 오류는 4개 사관학교(육군·해군·공군·국군간호)가 공동 출제한 1차 필기시험 중 국어 과목 2개 문항에서 발생했다. 국어 20번과 21번 문제가 문제지엔 각각 2점과 3점으로 표기됐지만 문항 분석표엔 3점과 2점으로 표기됐던 것이다. 문항 분석표상 배점은 채점 기준이 되는 만큼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국방부는 각 사관학교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채점 과정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만 문제지에 표기된 배점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사의 경우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인 지난해 8월 문제지와 문항 분석표 표기 배점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다른 사관학교와 공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간호사관학교는 문제지 표기 점수대로 채점해 오류가 없었다”며 “이런 사실을 공유받은 해사는 잘못된 채점으로 1차 시험에 불합격 처리된 13명에게 1차 시험 추가 합격을 즉시 통보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후 추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육사와 공사다. 육사와 공사는 문항 분석표상 배점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전형 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상부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사태를 키웠다. 해사와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선 교장까지 보고가 올라간 반면 육사와 공사에선 실무자인 선발과장 선에서 일이 처리됐다.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달 9일 국정감사 요구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뒤 감사에 착수해 4개 사관학교의 지난해 1차 시험 응시자 2만7000여 명의 답안지를 수차례 비교·검증했다. 그 결과 추가 합격 대상자는 육사 19명, 공사 24명 등 총 43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해당 사관학교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지하고 개별 통보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43명 중 한 명은 공사 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최종 합격자 선정 때 잘못 채점된 1차 시험점수 1점 때문에 탈락한 만큼 최종 전형 합격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42명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입시 일정과는 별도로 다음달부터 2차 시험(면접, 체력 검정, 신체검사)을 실시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오류로 불합격된 43명 중 6명이 2020학년도에도 같은 사관학교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들에 대해선 지난해 1차 시험 점수와 올해 1차 점수 중 높은 점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0학년도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상자들이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금 신청이 가능한 만큼 추가 합격 조치와 별개로 배상금 신청 절차도 함께 안내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이런 내용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 이 사실을 인지한 뒤 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지난 1년간 이런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은폐 의도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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