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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가 바꾼 캐롤 "한잔 더 할까" 묻자 "너의 몸, 너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인기 가수 존 레전드와 켈리 클락슨이 유명 캐롤을 개사한 새로운 듀엣곡을 선보인다.

1940년대 만들어진 캐롤 명곡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 #동의 없는 성관계 암시한다는 비판 #논란된 가사 수정해 새로 선보여

뉴욕타임스(NYT)는 존 레전드와 캘리 클락슨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캐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Baby It's Cold Outside)’의 가사를 수정해 신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29일 보도했다.

미국 유명 가수 존 레전드와 켈리 클락슨. [AP=연합뉴스]

미국 유명 가수 존 레전드와 켈리 클락슨. [AP=연합뉴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는 “그만 집으로 가겠다”는 여자와 “밖은 춥다”며 자꾸 붙잡는 남자의 실랑이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듀엣곡이다.

1949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넵툰의 딸’에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레이디 가가, 마이클 부블레 등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이 인기곡은 지난해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캐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Baby It‘s Cold Outside)’가 등장하는 1949년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넵툰의 딸 (Neptune‘s Daughter)’의 한 장면. [중앙포토]

캐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Baby It‘s Cold Outside)’가 등장하는 1949년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넵툰의 딸 (Neptune‘s Daughter)’의 한 장면. [중앙포토]

“대답은 ‘아니요’예요(The answer is no)” 라고 말하는 여자에게 “더 가까이 가도 되나요?(Mind if I move in closer?)”라고 묻거나 “밖에 추운 걸 알잖아요(You know it’s cold outside)”라며 떠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동의 없는 성관계를 암시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또 “이 술에 뭐가 들어있죠?(what’s in this drink?)”라고 여자가 묻는 부분이 약물 성범죄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는 “미투운동의 시대에 청취자들이 이 노래를 적절치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 이 노래를 방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노래가 만들어진 1940년대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의 코미디언 젠 커크맨은 지난해 이 곡의 '방송 금지' 논란이 불거지자 트위터에 지금의 잣대로 70년 전의 노래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래된 노래 가사에까지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이다.

존 레전드와 캘리 클락슨이 다음달 발표할 신곡에선 문제의 가사가 수정됐다. 여자가 “갈 시간이네요(I’ve got to go away)”라고 말하자 남자가 “밖이 춥다”며 붙잡는 대신 “택시를 부를게요(I can call you a ride)”라고 말한다. 이어 여자가 “술 한 잔 더 할까요?(If I have one more drink?)” 묻자 남자는 “당신의 몸이고 당신 선택이죠(It’s your body, and your choice)” 라고 답한다. 이는 전적으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의미다.

이 외에도 논란이 됐던 가사를 다수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레전드가 직접 개사에 참여했다. 존 레전드의 ‘레전더리 크리스마스’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11월 8일에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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