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연 "의원 지금도 많다 63%", 나경원 "심상정 사과 않으면 법적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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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본회의장 [뉴스1]

22일 국회 본회의장 [뉴스1]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 비판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30일에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300명도 많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의도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 정수가 ‘많은 편’이라는 응답이 63.3%로 압도적이었다. 적정 수준이라는 답은 22.7%였다. 의원 정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57.7%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13.2%에 불과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22.2%)보다 적었다.

지난 27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제안한 의원 정수 10% 확대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반대가 73.2%, 찬성은 18.4%로 나타났다.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 및 정수 축소 당론에 대해선 51.5%가 찬성하고, 40.6%가 반대했다. 또 의원 수를 지금처럼 유지할 경우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56.8%)에 대한 선호도가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29.9%)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여론조사는 황교안 대표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불의당으로 불리는 처지에 놓인 정의당이 의원정수를 확대하자고 하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여론조사를 해달라. 거기 드러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한 직후 실시됐다. 조사는 28일 하루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ㆍ녀 1,503명을 대상으로 ARS 무작위 전화걸기(유선 20%, 무선 80%) 방식(95% 신뢰수준 ±2.53%p)으로 이뤄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 둘째)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미경 최고위원, 조경태 최고위원, 나경원 원내대표, 황 대표, 이주영 의원.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 둘째)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미경 최고위원, 조경태 최고위원, 나경원 원내대표, 황 대표, 이주영 의원. 변선구 기자

황 대표는 30일에도 “의석 수를 줄이자는 국민 목소리가 안 들리느냐”며 범여권을 비판했다. 이날 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석수 늘리기 야합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체면ㆍ정의를 내팽개치고 밥그릇에만 골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금 의원 수가 모자라 국회가 안 돌아가나.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정치개혁과 무슨 상관있나”라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향해 “오늘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고 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 10% 이내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이 (지난해 12월 5당 원내대표가 이룬) 당시의 합의”라는 심 대표 주장이 거짓이라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는 “참으로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 없는 합의를 운운하는 게 벌써 2번째”라며 “정치인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으로, 이 부분에 대해 오늘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바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 논란을 여당과의 새로운 전선으로 분명히 한다는 계획이다.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정수 확대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잦아들던 한국당의 대여투쟁 동력을 회복하고 ‘조국 청문 TF’ 표창장 수여, 오른소리 애니메이션 논란 등으로 어수선해진 당 분위기를 가다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영익 기자 hanyi@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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