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회식 많고 운동 못하고, 30대 남자 둘 중 한 명은 비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에 사는 웹툰작가 김모(38)씨는 체질량지수(BMI) 30.8로 고도비만이다.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장시간 앉아있는 일을 하면서 살이 더 쪘다는 게 김씨 얘기다. 김씨는 “마감 땐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이상 앉아서 작업한다. 워낙 노동집약적이고 시간과 싸우는 직업이라 중간에 짬을 내 운동하는 게 쉽지 않다. 나갈 일이 없으면 하루 10분도 걷지 않고 보내는 날이 더 많다”고 말한다. 시간에 쫓겨 끼니도 대충 때우는데 주로 인스턴트로 해결한다. 기름진 음식을 배달해 먹기도 한다. 김씨는 “스트레스를 받을 땐 피자와 치킨을 시켜먹고, 일을 하다가 당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간식으로 초콜릿과 과자, 과일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27일 발표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51.4%로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27일 발표된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51.4%로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섭취-소비간 불균형, 비만 급증 

한국인 30대 남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처럼 고도비만에 들지 않더라도 표준 체중 범위를 벗어나는 비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러한 결과를 담은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흡연, 음주, 영양, 만성질환 등 500여개 보건지표를 산출하는 대표적인 건강통계조사로 1998년 도입된 후로 매년 1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점점 높아지는 비만 유병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점점 높아지는 비만 유병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은 지난 20년간 급증했다. 1998년 26.0%에서 지난해 34.7%로 오르면서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기간 25.1%에서 42.8%로 20% 포인트 가까이 급증했다. 여성은 26.2%에서 25.5%로 다소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 오경원 건강영양조사과장은 “지난 20년간 비만 유병률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많이 먹지만 신체활동은 감소하는 등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 사이의 불균형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비만 유병률 20년 전보다 급증 #“에너지 섭취-소비 불균형이 큰 원인”..30대 남성 50% 넘겨

실제 1인 하루 평균 에너지 섭취량은 20년 전 1934kcal에서 지난해 1988kcal로 늘었다. 특히 남성은 2153kcal에서 2302kcal로 증가했고, 여성은 같은 기간 1729kcal에서 1661kcal로 줄었다. 지방 섭취량도 40.1g에서 지난해 49.5g까지 증가했는데 남성의 증가 폭이 11.5g인 반면 여성은 6.7g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먹는 지방량이 늘어난 데 대해 질본은 “상대적으로 채소와 과일보다는 동물성 식품 섭취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1인 하루 평균 식품군별 섭취량을 보면 육류의 경우 20년 전 68g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0g으로 두 배 수준이었다.

걷기실천율 낮아지고(30~39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걷기실천율 낮아지고(30~39세).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체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걷기실천율은 남녀 모두에게서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시작한 2005년에만 해도 10명 중 6명(60.7%)은 최근 1주일간 하루 총 30분 이상 5일 넘게 걷기를 실천했다고 답했는데 이 비율이 지난해 40.2%로 급격히 줄었다.

지방 섭취량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ahin.jaemin@joongang.co.kr

지방 섭취량 늘어. 그래픽=신재민 기자 ahin.jaemin@joongang.co.kr

30대 남성 절반은 비만 

전체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었지만 주목할 건 특히 30대 유병률이다. 30~39세의 경우 10명 중 4명(37.8%)이 비만으로 조사됐다. 20년 전(24.6%)과 비교하면 13% 포인트 이상 늘었다. 특히 28.4%에 불과했던 3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점점 늘더니 지난해 51.4%로 처음 50%를 넘겼다. 이제 두 명 중 한 명은 BMI 25 이상인 비만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여성은 22.5%로 남성보다 낮았지만, 20년 전(20.9%)과 비교해 역시 소폭 늘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0대의 경우 회식 등 직장생활로 인해 섭취하는 열량이나 포화지방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10~20대보다 취직과 결혼 등을 기점으로 신체활동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29세의 걷기실천율은 49.9%였지만 30대의 경우 38.3%에 그쳤다.

강 교수는 “과거보다 대중교통이 촘촘히 발달한 데다 자가 차량 비율이 늘면서 거의 걷지 않고도 출퇴근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일부러 시간 내 걷지 않고선 걸을 일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생활 14년 차인 박모(37)씨도 그렇다. 회사와 10분 거리에 살면서 하루 최소 20분은 걷지만 그게 전부다. 키 181㎝에 체중 107㎏으로 BMI 32.66인 고도비만인 박씨는 “회식이 잦다. 앉아 일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운동량이 떨어진다”며 “주말이면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누워 오랜 시간 자면서 평소 모자란 잠을 채우는 데 시간을 쓴다”고 말한다.

남성과 달리 상대적으로 여성의 유병률이 낮은 건 외모에 대한 개인적 관심과 사회적 압력이 달라서라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똑같이 살이 찌더라도 운동이나 식습관을 조절하는 등 체중 감량을 시도하려는 데서 남녀 간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비만은 단순 미용의 문제가 아니다.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관리 우선순위를 체중조절에 두고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개인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단 음식의 소비를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도 국민의 식생활과 신체활동 환경을 바꾸는 데 투자해야 한다. 이 나라에 살면 어느 정도는 걷고 운동시설에 쉽게 접할 수 있고 저열량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단 얘기”라며 “많은 국민이 속한 학교와 직장 등에서의 맞춤형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흡연율은 절반 이하로=한편 이날 조사에서 지난해 남성의 현재흡연율은 36.7%로 조사가 도입된 1998년(66.3%)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흡연율은 평생 담배 5갑(100개비)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특히 현재흡연율이 높았고 이런 경향은 20년 전보다 두드러졌다. 남성의 경우 소득을 상-중상-중-중하-하 5개로 나눠 현재흡연율을 따져봤을 때 하층(40.1%)과 상층(31.0%)의 격차가 9.1%였다. 가정에서의 실내 간접흡연 노출률도 조사가 시작된 2005년 18.5%에서 5% 미만으로 떨어졌다. 다만 직장이나 공공장소 내 간접흡연 노출률은 여전히 11.5%, 16.9%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질본은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중앙일보와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금나나 교수팀이 지난 11일 공개한 ‘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86)에서는 자신의 비만 순위 등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와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금나나 교수팀이 지난 11일 공개한 ‘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86)에서는 자신의 비만 순위 등을 알 수 있다.

◇ 중앙일보 X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ㆍ금나나 교수팀의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86) 바로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