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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깬 비만 공식···소득 낮을 수록 비만? 여성만 그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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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낮을 수록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사진 pixabay]

소득이 낮을 수록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사진 pixabay]

경기도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A씨(39) 부부는 둘 다 ‘비만인’이다. A씨는 체질량지수(BMI)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이고, 동갑내기 아내는 BMI 25~30미만으로 비만에 해당한다. 맞벌이 부부로 저녁 식사는 주로 치킨이나 피자,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는다.

중앙일보는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금나나 교수팀과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를 공동 개발해 지난 11일 공개했다. A씨의 동의를 구한 뒤 그의 키·몸무게 등 기본정보를 입력해봤다. A씨의 비만도는 비슷한 연령대의 경기도 남성 100만8909명 중 5만2907번째였다. 비만도 상위 5%에 든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할 날 기억 안나" 

A씨가 현 상태서 5㎏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비만도 순위는 9만1240번째로 내려간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당뇨병을 비롯해 고혈압·심장질환·고콜레스테롤혈증 위험도가 모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13.7% 감소했다.

A씨는 “야근이 워낙 잦다 보니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30분 이상) 운동한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제라도 건강을 위해 우선 집 근처 산책이라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 19세 이상 국내 성인 남녀 중 비만율은 30%가 넘는다. [사진 unsplash]

만 19세 이상 국내 성인 남녀 중 비만율은 30%가 넘는다. [사진 unsplash]

국내 성인 남녀 3명당 1명 꼴로 비만 현실 

푸근한 뱃살이 한때 인격, 부의 상징으로 불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옛말이 됐다. 가난할수록 비만이나 고도비만이 될 확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비만 유병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10년간 비만 유병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女비만율 소득 낮을수록 많아져"

소득수준은 비만 유병률(특정질환을 앓고 있는 인구의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 국민건강통계’ 국감 자료를 보면 소득이 높은 5분위 그룹의 비만 유병률은 31.2%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낮은 1분위 그룹은 38.6%다.

동국대 오상우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소득분위(1~10분위)별 비만을 분석했다. 남성은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하게 나오지 않았다. 1분위 저소득층의 비만 유병률은 25.1%, 중상에 해당하는 8분위 그룹은 40.5%, 10분위는 38.7%였다. 여성은 1분위가 38.5%로 가장 높았다. 9분위는 20.6%로 가장 낮았다.

부자일수록 비만치료에 적극적 경향 

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이 될 확률은 높은데 비만 진료는 적게 받는다. 인 의원의 국감 자료에서 최근 5년간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인원(7만598명) 중 소득 1분위 그룹은 4141(5.9%)명에 불과했다. 반면 소득 10분위 그룹은 1만125명(14.3%)이었다. 인 의원은 “저소득층은 비만율은 높지만, 진료율은 낮다. 건강 양극화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우 교수는 “특히 여성의 경우 비만율이 저소득층에서 뚜렷하게 많다”며 “이런 현상은 청소년도 같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비만을 바라보는 사회 시각”이라며 “비만이면 ‘자기관리가 안 되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 때문에 비만 여성, 특히 저소득층이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 중앙일보 X 동국대 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 오상우ㆍ금나나 교수팀의 ‘빅데이터로 푼 비만도 테스트’(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86) 바로가기

김민욱·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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