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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서 카탈루냐까지 폭발하는 지구촌-문제는 경제야!

중앙일보

입력

21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선 개표 결과 조작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다.[AP=연합]

21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대선 개표 결과 조작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졌다.[AP=연합]

21일(현지시간) 남미 볼리비아에선 대선 개표 조작이라며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과 충돌했다.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TSE)는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발표를 중단했다. 그러나 모랄레스 현직 대통령은 4선에 성공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는 2주일 넘게 불길에 휩싸였다. 지난 6일 칠레 정부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기로 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에콰도르 역시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기름값이 2배 이상 오르자 빈곤층이 격렬히 반발하며 도시 곳곳에 화염이 난무했다.

에콰도르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에콰도르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남아메리카 뿐만이 아니다. 홍콩은 다섯달 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반중 시위로 혼란에 빠져 있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선 반정부시위대가 거리에서 일주일째 내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카탈루냐 독립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개월간 전세계적으로 시위가 번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폭력 시위 주된 이유...빈곤ㆍ민생 파탄

로이터통신은 “각국이 저마다의 이유로 반정부 시위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좌절 원인과 시위 전술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최소 4개 국가에서 폭력 시위의 주된 이유는 경제 문제였다.

지난 19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가 시민들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도심 곳곳이 불에 탔다. [AFP=연합]

지난 19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가 시민들의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도심 곳곳이 불에 탔다. [AFP=연합]

칠레 시위의 표면적 이유는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을 30칠레페소(약 50원) 인상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하지만 극심한 양극화와 저소득층 빈곤 문제가 이를 계기로 터져나왔다. 칠레는 상위 1% 부자들이 국가 전체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가 2.1%를 나눠갖고 있는 등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고, 시민들은 상점을 약탈하고 버스에 불을 지르며 격렬히 항의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24일 요금 인상 철회를 발표했음에도 시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에콰도르에선 세금과 노동개혁을 골자로 한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거센 시위에 직면했다. 지난 열흘간 최소 7명이 숨지고 13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남미 국가들에서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값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복지 혜택이 줄어 정부와 서민들과의 마찰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 반정부시위대가 바그다드 시내 도로에 불을 질렀다. 이라크 경비대가 발포한 실탄에 수십 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 [AP=연합]

5일 반정부시위대가 바그다드 시내 도로에 불을 질렀다. 이라크 경비대가 발포한 실탄에 수십 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 [AP=연합]

경제난이 반정부 시위를 촉발하는 건, 중동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라크에선 2017년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이 미국에 패배한 이후 경제난에 시달리던 젊은 층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25일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실업난 등에 민생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군경의 발포 등으로 8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역시 지난 17일 와츠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에게 통화당 20센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부패한 정권이 민생은 살피지 않고 세금만 징수한다”며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우리에게 자치를 달라”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발해 시위에 나선 홍콩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한국가 두체제)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중국 체제에 종속돼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느낀 홍콩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 불만이 더해졌다. 싱가포르국립대 아시아경쟁력연구소(ACI)는 "중국 본토 이민자들과의 취업 경쟁과 생계비 상승 등으로 시위 주축인 젊은 층들의 경제난이 가중되는 상황이 시위 격화의 근저에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도자들에 중형을 선고하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사진은 바로셀로나 공항을 마비시키고 있는 시위대.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를 모방했다. [환구망 캡처, La Directa]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도자들에 중형을 선고하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사진은 바로셀로나 공항을 마비시키고 있는 시위대.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를 모방했다. [환구망 캡처, La Directa]

카탈루냐 분리 독립 운동도 유사하다. 바르셀로나 등 카탈루냐 지역 분리주의자들은 스페인 정부로부터 더 큰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독립국가를 선포하려는 카탈루냐 분리주의 지도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촉발된 시위는 공항 점거, 방화로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그 이면에는 재정 자주권 문제가 숨어 있다. 포르투칼 수준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 정부에 내는 세금에 비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스페인 시위대와 27일 같은 날 연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시위를 이끄는 건 소셜미디어”

로이터통신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메시지 전파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분노를 유발시켜 시위를 촉발시키는 것은 물론 시위 장소와 경찰 대치 등 각종 정보가 순식간에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이집트에서 대통령 등의 공금 횡령 의혹이 페이스북을 통해 폭로되면서 종교지도자까지 나서 시위에 동참했다. [EPA=연합]

22일 이집트에서 대통령 등의 공금 횡령 의혹이 페이스북을 통해 폭로되면서 종교지도자까지 나서 시위에 동참했다. [EPA=연합]

지난 22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반정부시위도 마찬가지였다. CNN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전직 건축업자 모하메드 알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 관리의 수십억 원대 횡령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6일 시위대 SNS에 올라온 홍콩 경찰 주요 배치, 충돌 예상 지점 [텔레그램 캡쳐]

6일 시위대 SNS에 올라온 홍콩 경찰 주요 배치, 충돌 예상 지점 [텔레그램 캡쳐]

홍콩 시위대는 무장경찰 병력과 장비 등의 정보를 텔레그램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며 시위를 벌여 왔다. 또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와츠앱 등 모든 SNS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올려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윗에서 툰베리를 향해 "멋진 미래를 바라는 어린 소녀"라고 말했다. [트위터]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트윗에서 툰베리를 향해 "멋진 미래를 바라는 어린 소녀"라고 말했다. [트위터]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SNS를 적극 활용하며,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최근 트윗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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