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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민부론’ 반박한 여당 문건, 작성 ID는 기재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제1 야당(자유한국당)이 내놓은 경제정책(민부론)을 반박하는 여당 문건을 기획재정부가 대신 작성했다?

한국당 “여당서 하청 생산한 듯” #해당ID 공무원 “문건 본 적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명의 반박자료(민부론 팩트체크)는 여당 지위를 남용해 기재부에 하청 생산시킨 게 의심되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일까. 22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민주당의 ‘민부론 팩트체크’ 문건을 둘러싸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상당수 있었다.

‘민부론 팩트체크’ 원본 파일의 ‘문서 정보’에는 최초 작성자(지은이)란에 기재부 A 서기관이 썼던 e메일 ID(ri****)가 찍혀 있다. A 서기관은 현재 대국회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다. 그는 “ID ‘ri****’은 본인이 사용한 게 맞지만, 민주당 문건을 본 적도 없고, 왜 최초 작성자로 기록됐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내 다른 국회 담당 국장급 인사들 역시 “(민부론 팩트체크) 문건 자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민부론을 기재부 종합정책과에서 검토한 것은 맞다. 민부론에 제시한 각종 경제 통계와 지표 등에 대한 ‘팩트체크’도 이뤄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민부론에 대해 직원을 시켜 하나하나 분석했다. 20개 과정 중 8개 과제가 정부 정책과 유사하고, 나머지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분석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렇게 분석한 내용을 민주당에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기재부 분석은 민부론에 대한 기초적인 수치 오류를 검증한 것에 불과했다는 전언이다. 고광희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기재부 안에서) 민부론의 사실관계를 정리한 자료는 있었다”며 “다만, 이 자료와 민주당의 ‘민부론 팩트체크’ 자료가 같은 문건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민부론의 통계 오류 등 ‘가치 중립적’ 검증에 국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부론 팩트체크’ 문건에는 작성 주체가 정부로 의심되는 부분이 상당수 발견된다. 가령 ‘민부론 팩트체크’ 문건에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한국당 주장을 반박하면서 “현장 실태와 기업 준비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최종적인 대응 방향을 점검해 나가겠음, (탄력근로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정애 의원)했으나 8개월간 계류돼 있는 만큼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라고 쓰여있다. 현장 실태 점검이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실에 법안을 제출하는 주체는 정부다. 이는 민주당 내부 시각에서 썼다고 보기 어려운 문장이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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