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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첫 LPGA 대회, 선수도 갤러리도 설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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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선수들이 대회 스폰서 업체인 BMW 모형차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혜진, 폴라 크리머, 대니얼 강, 고진영, 브룩 헨더슨, 허미정. 최혜진과 대니얼 강, 허미정은 부산에 연고가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이 대회 스폰서 업체인 BMW 모형차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최혜진, 폴라 크리머, 대니얼 강, 고진영, 브룩 헨더슨, 허미정. 최혜진과 대니얼 강, 허미정은 부산에 연고가 있다. [연합뉴스]

22일 부산 기장에 위치한 LPGA 인터내셔널 부산 골프장을 처음 찾은 재미교포 골퍼 대니얼 강(27)은 느낌이 남다른 표정이었다. 유년 시절 살았던 부산에서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24일 개막)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BMW 챔피언십 24일 개막 #선친이 부산 출신 대니얼 강 울컥 #최혜진 고향, 허미정 시댁이 부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대니얼 강은 2세부터 4년간,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잠시, 부모를 따라 부산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그는 “부산 친구도 아직 몇 명 있다. 내 한국말 말투도 부산 사투리”라며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부산에서 LPGA 대회가 열릴 줄 생각도 못 했다.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니얼 강은 생일이던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뷰익 LPGA 상하이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곧장 한국으로 넘어왔다. 21일에는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으로부터 부산 명예 시민증도 받았다. 한국 이름이 강효림인 그는 시민증을 받는 자리에서 아버지 얘기를 하다 잠시 눈물을 글썽였다. 부산 출신인 아버지(강계성 씨)는 프로골퍼를 꿈꾸는 딸을 위해 직접 캐디백을 메는 등 헌신했다. 그러다 2013년 11월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대니얼 강의 오른손에는 생전의 아버지가 강조했던 ‘있는 그대로 되라(Just be)’는 문구와 ‘아빠’라는 한글 단어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와 국제시장을 갔던 기억도 있다”는 대니얼 강은 부산에 관한 많은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오랜만에 오니까 (부산에) 바뀐 것도 많더라. 가족의 변화 등 (내) 상황도 달라지고 부산을 찾다 보니 더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뷰익 LPGA 상하이 우승을 비롯해 올 시즌 19개 대회에서 9차례 톱10에 든 그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명이다.

대니얼 강만큼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LPGA 대회가 남다른 선수는 또 있다. 올 시즌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승의 최혜진(20)은 부산 학산여중·고 출신이다.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부산 대표로 각종 대회를 나갔다. 그러다 고향에서 열리는 LPGA 대회에 나가게 되니 느낌이 이상하다. 그만큼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 2승의 허미정(30)은 부산 출신 남편 때문에 ‘부산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21일 남편이 추천한 참치 집에 브룩 헨더슨(캐나다), 브리타니 알토마레(미국) 등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다. 허미정은 “시부모님이 골프를 정말 좋아하신다. 시댁 식구들이 대회 기간 많이 응원을 온다고 한다. 부담도 되지만 최대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LPGA 대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가 열릴 LPGA 인터내셔널 부산은 이번 대회를 위해 올 초 기존 코스를 개조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려 그간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으로 불렸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리스 존스 손에 재탄생하면서 이름도 바꿨다.

한국의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외국 선수들도 호기심과 기대감을 표시했다. 폴라 크리머(33·미국)는 “서울 주변만 보다가 한국의 다른 지역을 찾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헨더슨은 “언제나 한국에 오는 걸 좋아한다. 한국 선수들과 저녁을 먹고,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도 “부산을 LPGA ‘제2의 고향’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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