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제 올바로 가는중" 한달뒤, 홍남기 "성장률 2.4→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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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가 제시한 2.4%에 못 미치는 2.0~2.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정부, 7월 올해 성장률 목표 2.4% 제시 #IMF 2.0% 예측하자 "그 수준 예상" 정정 #석달 전 전망 빗나가, 2%대 사수가 목표 #"세계경제 둔화, 미·중 무역갈등 때문… #일자리 만들어야 할 기업 동력 약해져"

홍 부총리는 19일(현지시간)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난 7월 초 올해 성장률을 2.4%로 제시했는데, 2분기까지 실적과 3분기 전망을 종합하면 이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 한국 성장률을 IMF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로 전망했는데, 이 수준이 올해 성장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15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당초 2.6%에서 2.0%로 0.6%포인트 낮췄다.

결국 정부의 올해 실질적 목표는 성장률 1%대 하락을 막기 위한 2%대 성장률 사수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 전(9월 16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는데, 불과 석 달 전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때만 해도 올해 성장률 2.6∼2.7%, 경상수지 64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5~2.6%로 추정하는데, 옛날처럼 3%대 성장은 우리 경제 체력으로 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이유로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국내 기업의 동력 약화를 꼽았다.

홍 부총리는 “세계 90% 이상 국가들이 성장률 하향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IMF가 ‘싱크로나이즈드 슬로우다운(synchronized slowdown·동반 성장둔화)’이란 용어까지 새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0%로 0.3%포인트 낮췄다.

경기 하강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역 갈등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세계 경제 둔화, 특히 중국 성장 둔화와 미ㆍ중 무역갈등 확산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활력을 위해 수출 촉진과 내수진작, 경제를 단기적으로 뒷받침하는 여러 조치에 역점을 뒀다”면서 “민간에서 스스로 투자와 일자리 만드는 노력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워낙 동력이 약해져 있다 보니 올해는 재정이 주로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세계은행 개발위원회에 참석해 “차별적인 무역제한 조치가 글로벌 가치사슬의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 수출 제한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 이낙연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 다음 달 한·일 지소미아(GSOMIAㆍ군사정보보호협정) 만료 시기를 고려할 때 올해가 가기 전 한·일 양국이 원만하게 사안을 종결해야 내년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가 곧 발표할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1년간 대미 무역흑자가 203억 달러로 늘어 환율관찰대상국 요건 3개 중 2개가 해당하므로 이번에 제외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선 “가능성 제로”라며 선을 그었다. 차출 요청도 없었고, 요청이 있더라도 “생각이 없다”고 했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홍 부총리는 총선 차출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저는 안 갑니다”라면서 “내년이면 공직 생활 34년째인데 경제가 어려우니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업턴(호전)시키고 물러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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