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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도 그랬다 ... 쿠르드와 카탈루냐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터키의 공격으로 쿠르드족이 또 다시 국가 없는 민족의 설움을 겪고 있는 한편, 유럽 서쪽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에선 카탈루냐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는 기세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에게 최근 스페인 법원이 최고 13년형의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바르셀로나 시위가 점차 격화하고 있다”며 “지난 15일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수천 명의 시위대가 바르셀로나 공항을 점거하려고 시도한 후 경찰과 폭력적으로 대치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 부상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점점 격렬해지고 있는 카탈루냐 시위 [AP=연합뉴스]

점점 격렬해지고 있는 카탈루냐 시위 [AP=연합뉴스]

2년 전 가을에 무슨 일이?

쿠르드와 카탈루냐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살아온 시간, 독립하려는 이유,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시선 모두 다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가을, 쿠르드와 카탈루냐는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이라크 북부 지역 쿠르드 자치정부에서 독립국가 수립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카탈루냐 자치정부 역시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열었을 때다.

전 세계의 이목이 두 지역에 집중됐다. 나라 없는 쿠르드족이 독립 국가를 이룰 경우 중동 정세는 요동칠 게 뻔했고, 스페인에 속한 카탈루냐가 독립할 경우 유럽에 미칠 파장이 어마어마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곳이 10여 곳이 넘는다.

투표 결과, 두 곳 모두 찬성표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카를로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AP=연합뉴스]

카를로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AP=연합뉴스]

쿠르드족 주민투표로 이들의 강렬한 독립 의지가 확인되자 이라크 정부는 군대를 투입했다.
그리고 쿠르드족 근거지이자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점령했다. 쿠르드는 주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당했다. 자국 내 쿠르드족이 독립할까 봐 늘 전전긍긍하던 터키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암묵적인 지지 하에 이뤄진 ‘침공’이었다.

카탈루냐의 상황은 어땠을까.
당시 자치정부 수반이던 카를로스 푸지데몬은 투표 결과를 손에 쥐고 중앙정부와 자치권 확대 협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기대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스페인 중앙정부의 대응이 국제사회의 예상보다 훨씬 강경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앙정부를 이끌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아예 몰수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썼다. 결국 푸지데몬 전 수반이 벨기에로 망명했고, 카탈루냐에선 한동안 혼란이 이어졌다.

터키군이 시리아 내 쿠르드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군이 시리아 내 쿠르드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혼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다시 2019년 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지시하며, 쿠르드족은 외로이 분투하고 있다. 카탈루냐에서는 화염병이 날아다닌다. 외신들은 이곳 시위가 홍콩 못지않게 격화하는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지데몬 전 수반은 가디언에 기고문을 보내 “민주주의의 위기는 스페인에만 닥친 것이 아니다”라며 쿠르드의 아픔을 깊이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터키 정부는 이미 지난 8월에도 쿠르드족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박해를 정당화한 바 있다”며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정치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거울삼은 것”이라 비판했다.

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방관 아래 시리아의 쿠르드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며 카탈루냐와 쿠르드 문제가 더는 지역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지난 16일 바르셀로나 시위대. 점차 카탈루냐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6일 바르셀로나 시위대. 점차 카탈루냐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조직화한 폭력 단체와 법을 어기는 이들은 그들의 목적을 절대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하고 있어 혼란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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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백 명의 사망자가 나온 쿠르드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17일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5일 간 휴전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이미 피해는 막대하다. 시리아 쿠르드 자치정부는 성명을 내고 “터키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18명을 포함해 민간인 21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650명 이상이고 이재민은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휴전에는 합의했지만, 그럼에도 쿠르드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란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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