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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국 사퇴 이후 수사가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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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다음 날인 어제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됐다. 국감 하루 전 사퇴에 대해 “퇴임 때까지 무책임하다”(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거나 “사퇴 요구하더니 왜 안 나왔느냐고 한다”(무소속 박지원 의원)는 공방이 오갔다. 조 전 장관 부인이 검찰 조사를 받다 귀가한 사실에도 “남편 사퇴로 모든 혐의가 종결됐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태도”(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라는 비판과 “쇼크를 받아 병원에 간 것이다. 비인간적인 언어는 그만하자”(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반박이 부닥쳤다. 특수부 폐지,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방안에도 여야의 거리는 멀었다.

2개월 넘게 이어진 ‘조국 사태’는 법무부 국감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분열과 갈등의 후유증을 남겼다. 진영 논리로 국론은 갈라지고 공정과 정의의 가치는 훼손됐다. 검찰 개혁은 길을 잃었다. 국민은 눈앞의 난제들을 보며 이제 누구의 말도 해법으로 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첫 단추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의 엄정한 마무리일 것이다. 최초의 검찰 수사가 정치적 고려나 개인의 야심이 아닌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법리에 따른 것이었다면 그 결론도 엄중하고 명쾌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현 시국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매순간 더 쉬운 길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한 검찰의 판단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국민을 고통에 빠트린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단죄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상처받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이자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조 전 장관 자녀 특혜 의혹 규명은 가진 자들의 ‘내로남불’ 논리에 마음 상한 청년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토록 중차대한 수사에 사소한 정치적 고려라도 반영될 경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여권 일각에서 ‘조국 vs 윤석열’ 대립 구도를 빌미로 윤 총장 사퇴론을 펴는 것도 온당치 않다. 검찰 개혁의 핵심이자 어느 것보다 우선된 가치는 ‘검찰의 중립’이며 이는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취지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수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퇴진론은 ‘반(反)조국=적’으로 규정해 갈등을 키우고 향후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집단의 음모로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후임자 지명에도 어느 때보다 신중하길 바란다. ‘셀프 검증’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강행한 법무장관 인사가 우리 사회에 몰고 온 폭풍을 생각하면 향후 공직자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동지’에 대한 신뢰로 판단력이 흐려지고 결과적으로 다시 오만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검증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남겨진 조국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