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다시안,비욘세 직접 구매한 귀걸이…한국 디자이너 작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해외 패션 쇼핑 사이트 '네타포르테'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로만 구성한 '코리안 컬렉티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00년 오픈한 네타포르테는 한 달 사용자가 170여 개국 700만 명이 넘는 거대 온라인 패션 사이트다. 취급 브랜드 수도 구찌·프라다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부터 비건 화장품까지 1000개가 넘는다. 코리안 컬렉티브는 이런 네타포르테가 잠재력을 인정한 한국 브랜드들과 손잡고 한국적인 색채가 담긴 제품을 선보이는 컬렉션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총 5개 브랜드가 선정됐다. ‘앤더슨 벨’ ‘푸시버튼’ ‘르917’ 등 3개의 의류 브랜드와 가방 브랜드 ‘구드(Gu_de)’,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다. 대부분 국내 패션 시장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데 반해,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는 낯선 신진 브랜드여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1064 스튜디오를 찾아가 브랜드를 이끄는 노소담(28) 디렉터를 직접 만났다.

지난 10월 10일 '1064 스튜디오' 매장에서 노소담 디렉터를 직접 만났다. 우상조 기자

지난 10월 10일 '1064 스튜디오' 매장에서 노소담 디렉터를 직접 만났다. 우상조 기자

노 대표는 한양대 금속공예학과를 졸업한 금속 디자이너다. 대학 시절엔 스피커·그릇·조각 등 대형 조형물 분야를 전공했는데, 졸업 후 평소 좋아하던 주얼리 디자이너로 전향했다. 덕분에 그의 주얼리는 조각품 같은 독특한 조형성을 갖고 있다. 오래된 금화를 녹여낸 것 같은 목걸이 펜던트, 금속 조각물의 한 부분을 떼어낸 것 같은 귀걸이 등 대담한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가을 한국 주얼리 브랜드로는 처음 네타포르테에 입점했다.

1064 스튜디오가 유리공예 작가와 함께 선보인 이번 시즌 귀걸이 화보.  [사진 1064 스튜디오]

1064 스튜디오가 유리공예 작가와 함께 선보인 이번 시즌 귀걸이 화보. [사진 1064 스튜디오]

일반 주알리 브랜드의 화보는 제품 클로즈업 사진이 대부분인 반면, 노 디렉터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담아내는 사진을 많이 보여준다. [사진 1064 스튜디오]

일반 주알리 브랜드의 화보는 제품 클로즈업 사진이 대부분인 반면, 노 디렉터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담아내는 사진을 많이 보여준다. [사진 1064 스튜디오]

-1064 스튜디오 주얼리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현대 여성이 일상에서 매일 착용할 수 있는 '건축적인 무드'의 디자인 주얼리다. 브랜드 이름인 ‘1064’는 금속이 녹는 온도인 1064.18℃를 의미한다.”

'1064 스튜디오' 노소담 디렉터 인터뷰 #네타포르테 '코리안 컬렉티브' 주얼리 선정 #과감한 디자인의 10만원대 수공예 주얼리 #비욘세·카다시안, SNS 사진 보고 직접 연락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조각물이나 건축물 등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훌륭한 조각과 건축은 그 결과물뿐만 아니라, 만든 사람의 생각까지 담겨있어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루마니아 조각가 콘스탄틴 브란쿠시(1876~ 1957)를 아주 좋아한다.”

네타포르테에서 판매하는 1064 스튜디오의 주얼리. 레진을 사용한 귀걸이(왼쪽)와 아크릴을 활용한 목걸이.[사진 1064 스튜디오 by 네타포르테]

네타포르테에서 판매하는 1064 스튜디오의 주얼리. 레진을 사용한 귀걸이(왼쪽)와 아크릴을 활용한 목걸이.[사진 1064 스튜디오 by 네타포르테]

1064 스튜디오의 주얼리는 하나의 조각품을 보는 것 같은 조형미가 특징이다. [사진 1064 스튜디오 by 네타포르테]

1064 스튜디오의 주얼리는 하나의 조각품을 보는 것 같은 조형미가 특징이다. [사진 1064 스튜디오 by 네타포르테]

-독특한 소재들이 눈에 띈다.
“금속을 기본으로 하지만 직접 주얼리용으로 개발한 레진(합성수지) 등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봄·여름 시즌에는 아크릴을 활용해 목걸이와 귀걸이를 만들었다. 투명 아크릴 외에 은은한 빛을 띠는 것도 만들어 아크릴도 이만큼 고급스러워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레진·아크릴은 주얼리에 잘 쓰지 않는 소재다.
“방콕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호텔 안의 투명 샹들리에가 여러 색으로 빛나는 걸 보고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다 찾아낸 소재다. 원석은 주얼리로 쓰기엔 너무 무겁다. 때문에 색은 유지하면서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레진이나 아크릴은 무게가 가볍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맞출 수 있는 소재들이다.”

-이번에 네타포르테에서 선보일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도자기’를 컨셉트로 디자인했다. 도자기 실루엣과 옥색 레진을 활용했는데 예상보다 과정이 너무 어려워서 네타포르테와 진행한 것 외에는 더 못 만들 것 같다.”

쇼룸과 작업실이 함께 있는 1064 스튜디오의 모습. 샘플을 보고 주문하면 그때부터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우상조 기자

쇼룸과 작업실이 함께 있는 1064 스튜디오의 모습. 샘플을 보고 주문하면 그때부터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우상조 기자

회나무길에 위치한 1064 스튜디오는 쇼룸과 작업실이 함께 있다. 2015년 시작해 현재까지 총 10개의 컬렉션을 출시했고, 한 컬렉션당 16~20개 정도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주로 목걸이·귀걸이 등 여성용 주얼리를 만드는데, 온라인과 쇼룸에서 고객이 원하는대로 따로 주문을 받는 오더메이드 방식도 병행한다. 제품은 노 디렉터를 포함해 직원 5명이 직접 작업실에서 만든다.
8만 원대의 귀걸이부터 20만 원대의 목걸이까지, 합리적인 가격대도 1064 스튜디오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네타포르테의 엘리자베스 본 더 골츠 바잉디렉터는 “컨셉츄얼한 주얼리 디자인을 진보적으로 접근하는 브랜드”라며 “한국의 장인 기술, 럭셔리에 대한 시각, 풍부한 디자인 정보까지 갖추고도 접근성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핸드 메이드 방식이 힘들진 않나.
“보통 한 제품을 만드는 데 1주일 정도 걸린다. 처음엔 주문 후 ‘왜 이렇게 늦냐’ ‘배송이 안 됐다’ 등 불만이 많았는데, 개인 SNS 계정에 올린 작업과정을 보더니 ‘괜찮다’ ‘천천히 하라’며 기다려주는 고객이 많아졌다.”

-브랜드명이 알려진 계기는.
“국내에선 인플루언서 ‘바이미나’와 협업해 만든 귀걸이가 하루 만에 1000개 이상 주문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당시 수익금의 일부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기부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다.
“디자인이 강렬해서 그런 것 같다. 네타포르타 판매량이 제일 많은데 특히 런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미국·일본의 ‘모마’(MOMA·뉴욕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아트숍)에서도 2017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룩북 사진을 보고 이메일로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다.”

1064 스튜디오의 이름을 전 세계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에 알리게 된 SNS 화보 사진. [사진 1064 스튜디오]

1064 스튜디오의 이름을 전 세계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에 알리게 된 SNS 화보 사진. [사진 1064 스튜디오]

2017년 가을 1064 스튜디오가 올린 SNS 사진 한 장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거대한 크기의 금빛 후프 귀걸이었는데, 사진을 본 미국의 팝가수 비욘세의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협찬을 부탁했다. 모델 겸 영화배우인 킴 카다시안의 동생 클로이 카다시안은 제품을 직접 주문했다. 이후 해외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이 사진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고, 이후 1064 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매일 2000명씩 늘었다.

-감각적인 룩북 사진으로 유명하다.
“사진 찍을 때 드는 노력이 주얼리 디자인할 때보다 두 배쯤 많은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뒤져서 원하는 스타일의 모델과 사진가를 찾아내고, 메일과 전화로 섭외한 다음, 모델의 헤어 스타일과 입을 옷 준비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내가 다 챙긴다.”

-룩북 사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제품이 워낙 특이해서 사람이 직접 착용한 컷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처럼 작은 브랜드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 중에는 SNS 활용법이 제일 좋은데, 그러려면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끝없는 실험이 이어질 것 같다. 네타포르테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