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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인가,천사인가 …쫀득한 초콜릿을 품은 이 케이크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3) 

꾸덕 찐득한 초콜릿을 품은 퐁당 쇼콜라.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꾸덕 찐득한 초콜릿을 품은 퐁당 쇼콜라.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초콜릿이 주는 마법 같은 힘을 믿으시나요? 흔히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당 떨어진다’라고 하는 신호가 오면 초콜릿 한 조각 입에 물고 천천히 녹여 먹으며 하루의 피로감도 같이 사르르 녹여내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엔 오늘도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구나! 아쉬운 마음과 죄책감에 사로잡힙니다. 이럴 때 초콜릿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가 바로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가 아닐까 싶습니다.

‘Guilty pleasure’ = Guilty(죄책감이 드는) + Pleasure(즐거운 일) 작은 죄책감을 동반하면서도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 어떤 행위를 뜻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느끼는 죄책감이 도덕적이거나 범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다소 부끄럽거나 쑥스러운 정도의 것이어서 타인에게 들키기는 살짝 두려울 때 사용을 하는데요.

Guilty pleasure를 떠올리면 예전에 즐겨보았던 미드의 한 장면이 꼭 생각납니다. 남자친구가 없어 외로운 주인공 미란다가 초콜릿 케이크에 중독되어 스스로 통제하려고 먹던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는데요. 이내 다시 돌아와서 쓰레기통에 버린 것까지 주워 먹으며 ‘나 미쳤나 봐’ 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던 모습이 Guilty pleasure를 제대로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초콜릿이 가진 달콤하고 진한 풍미의 매력이 정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백 번 공감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쓰레기통에 넣어도 다시 꺼내 먹게 만드는 초콜릿의 매력, 미드 ‘섹스 앤드 더 시티’의 한 장면.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쓰레기통에 넣어도 다시 꺼내 먹게 만드는 초콜릿의 매력, 미드 ‘섹스 앤드 더 시티’의 한 장면.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검붉은 빛을 띠고 달콤한 맛과 순간의 기쁨을 주는 초콜릿은 마치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존재로 느껴지지만 사실 ‘어떤’ 초콜릿을 고르는지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는 참 신기한 식재료입니다. 초콜릿은 영어로 Chocolate로 표기되며 카카오 빈을 원료로 숙성한 카카오 콩을 볶은 뒤 이를 갈아서 만든 코코아 매스와 지방 성분만으로 만들어진 코코아 버터를 혼합해 만듭니다.

코코아 버터는 녹는점이 28~36℃ 정도로 세상에 존재하는 유지 중 체온과 가장 비슷한 온도에서 녹습니다. 입 안에 초콜릿을 넣었을 때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 이유도 바로 코코아 버터의 이러한 성질 때문입니다. 보통 시중에 저렴하게 많이 판매되는 초콜릿은 보관과 유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잘 녹지 않도록 코코아 버터를 값싼 식물성 유지로 대체해서 넣고 설탕 함량이 많아 영양소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초콜릿이 많습니다.

반면 카카오가 풍부하게 들어간 다크 초콜릿은 저렴한 초콜릿에 비해 열량이 낮으며 무기질과 철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뇌의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의 분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초콜릿에 주원료인 카카오에 폴리페놀 성분 중 하나인 ‘카테킨(catechin)’이 풍부해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배출해 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베이킹에서 많이 사용되는 초콜릿의 종류 중 ‘커버춰(Couverture)’ 초콜릿은 유럽연합(EU)에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고형분 함량 35% 이상, 초콜릿의 질을 결정하는 코코아 버터 31% 이상의 제품에만 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초콜릿을 고를 때는 ‘커버춰(Couverture)’ 가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한다면 꽤 좋은 초콜릿을 쉽게 선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 함량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80~90% 이상 넘어가게 되면 쓴맛이 너무 강하고 신경 전달 물질이 과하게 분비돼 심장이 약하거나 어린아이들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 함량 50~75%대를 선별해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쇼콜라 퐁당(Chocolate Fondant)은 포송포송한 초콜릿 케이크 속에 푸딩처럼 초콜릿이 녹은 채로 담긴 케이크입니다. 불어로 쇼콜라 퐁당, 영어로는 ‘Molten chocolate cake(녹은 초콜릿 케이크)’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속 안에 녹은 초콜릿이 꾸덕꾸덕하게 나오는 모습이 마치 화산 같다고 하여 ‘Lava cake(화산 케이크)’라는 재미있는 닉네임도 가진 미니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장 조르주(Jean-Georges)라는 셰프가 1987년 뉴욕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미 존재했던 케이크라는 설이 있지만, 장 조르주 셰프가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이 케이크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틀림없습니다.

오늘은 초콜릿에 대해 가졌던 우리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고 더욱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카카오 함량 75%로 만든 미니 케이크, 쇼콜라 퐁당을 함께 만들어 볼게요.

카카오 바리의 75% 다크초콜릿 오리진 탄자니아.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카카오 바리의 75% 다크초콜릿 오리진 탄자니아.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쇼콜라 퐁당(6개)

준비사항
무염 버터 120g
75% 다크초콜릿 120g
유기농 설탕 65g
계란 2개 104g
계란 노른자 2개 30g
박력분 43g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 머핀 틀에 버터를 바르고 박력분을 체 쳐서 얇게 코팅해준다.
- 오븐은 190도로 예열해 준다.

1. 버터와 초콜릿은 중탕으로 녹여준다.
2. 계란, 계란노른자, 유기농 설탕을 거품기로 섞어준다.
3. 녹인 버터와 초콜릿을 2에 넣고 섞어준 뒤 박력분을 체 쳐서 넣는다.
4. 준비해둔 팬에 80% 팬닝하고 오븐을 170도로 낮춘 뒤, 6~7분 굽는다.

초콜릿과 버터는 너무 뜨겁지 않게, 물을 끓인 뒤 잔열로 녹이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초콜릿과 버터는 너무 뜨겁지 않게, 물을 끓인 뒤 잔열로 녹이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계란의 온도는 실온 상태로, 설탕 입자가 반 이상 녹을 때 까지 휘핑을 해준 다음 재료를 순서대로 섞어줍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계란의 온도는 실온 상태로, 설탕 입자가 반 이상 녹을 때 까지 휘핑을 해준 다음 재료를 순서대로 섞어줍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오븐에서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팬닝량은 80%가 적당합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오븐에서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팬닝량은 80%가 적당합니다.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갓 구운 케이크를 가르면 꾸덕꾸덕하게 흘러나오는 초콜릿 소스가 쇼콜라 퐁당의 포인트!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갓 구운 케이크를 가르면 꾸덕꾸덕하게 흘러나오는 초콜릿 소스가 쇼콜라 퐁당의 포인트! [사진 밀로베이킹스튜디오]

쇼콜라 퐁당은 오븐에서 나와 뜨거울 때 바로 플레이트에 올리고 중앙을 갈라 꾸덕꾸덕하게 흘러나오는 진한 초콜릿의 풍미와 맛을 느끼며 먹는 것이 핵심입니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으로 죄책감은 덜어내고 따끈따끈한 쇼콜라 퐁당 한입에서 느껴지는 행복 호르몬을 만나보세요. 좋은 초콜릿을 잘 선별해서 베이킹한다면 오늘은 다이어트 ‘not guilty(무죄)’ 입니다.

우효영 파티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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