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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미우새’된 과일맛 소주…해외선 '결혼 답례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인들이 과일 소주 시음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롯데주류]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인들이 과일 소주 시음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롯데주류]

국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과일 맛 소주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 영향으로 해외에서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다 현지 입맛에 맞춘 칵테일 스타일의 과일 맛 소주가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5년 4월 롯데주류의 ‘순하리’ 출시를 기점으로 국내 주류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과일 맛 소주가 최근 1%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순하리가 출시된 지 100일 만에 누적 1000만 병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인기를 끌자 하이트진로, 무학, 대선주조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이 빠르게 식으면서 현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일 맛 소주는 출시 반년 만에 국내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과일 맛 소주를 맛봤던 소비자가 일반 소주나 와인, 맥주 등으로 빠르게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나트랑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 소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롯데주류]

베트남 나트랑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 소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롯데주류]

과일 맛 소주로 재미를 보지 못한 국내 주류업계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주류는 2015년부터 해외에 과일 소주 순하리 수출을 시작했다. 순하리는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소비자가 비교적 음용하기 쉬워 첫 수출 이후 2년 만에 수출 실적이 4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순하리의 수출 실적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지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17년엔 수출전용 제품인 ‘순하리 딸기’가 출시됐다. 이 제품은 동남아시아 현지 주류 도매상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롯데주류는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10여 개 국가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심층 음용 테스트를 진행했다. 동남아시아에선 특히 딸기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2017년 출시된 수출 전용 제품인 ‘순하리 딸기’. 이 제품은 동남아시아 현지 주류 도매상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사진 롯데주류]

2017년 출시된 수출 전용 제품인 ‘순하리 딸기’. 이 제품은 동남아시아 현지 주류 도매상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사진 롯데주류]

딸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시장과 달리 동남아시아에선 딸기 재배가 쉽지 않아 고급 과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순하리 딸기는 출시 전에 주문이 몰리며 10만병이 사전 발주됐다. 일부 국가에선 순하리 딸기 제품이 고급술로 자리매김하면서 결혼 답례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수출되고 있는 과일맛 소주 제품. [사진 롯데주류]

수출되고 있는 과일맛 소주 제품. [사진 롯데주류]

롯데주류는 지난해 순하리 블루베리, 순하리 요거트 등 수출 전용 제품을 출시하며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2015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ㆍ미국ㆍ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자몽이나 자두와 같은 이슬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2016년 하이트진로가 해외 시장에서 판 과일 맛 소주 제품은 210만 병이 넘는다. 무학도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20여 국가에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수출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순하리는 구매자의 80%가량이 현지인일 정도로 해외에서의 반응이 뜨겁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현지인이 선호하는 제품 개발이 이뤄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칵테일과 비슷한 과일 리큐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도 인기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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