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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국 불똥에 문체위도 ‘맹탕 국감’ 우려, 국민들은 답답

중앙일보

입력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간사(오른쪽)가 증인채택 문제에 대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간사(오른쪽)가 증인채택 문제에 대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는 여야 간사들의 ‘고해성사’로 시작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과 관련한 증인 채택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서다.

문체위 여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3당 간사간 합의가 불발돼서 증인없는 ‘맹탕국감’을 하게 돼 유감스럽고 송구하다”며 “무(無)쟁점 증인이라도 채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동섭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서로 자기 주장만 하며 정쟁을 해 김빠진 국감, 맹탕국감으로 전락했다”면서 “서로 반성해야 하며,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간사 박인숙 의원을 포함한 여야 간사들은 이날 오전에도 증인협상을 벌였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쟁점이 된 인물은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이다. 한국당은 스포츠혁신위 활동과 관련한 핵심증인으로 문 위원장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민주당은 조 장관을 끌어들여 정쟁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반대해왔다. 문 위원장은 조 장관의 딸이 인턴을 했던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인이다.

문체위는 지난 2일 국정감사 첫날부터 증인 공방을 벌이다 한국당이 집단 퇴장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이후 민주당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딸의 입시 의혹과 관련된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관계자들도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고 이번엔 한국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신경전 탓에 여야 3당 간사가 이미 합의한 주요 일반 증인들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국감인 21일 종합감사에 증인들을 부르려면 7일 전인 14일에는 증인들이 출석요구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4일까지 증인 채택 건이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국감 마지막날까지 ‘무(無)증인 국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문체위 관계자는 “만일 14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 당일 인편이든 통신으로든 증인들에게 출석요구서를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증인 협상의 마지노선이 14일까지인 셈이다.

조국 국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거라고 예상했던 문체위마저 ‘조국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문 위원장이 조 장관과 관련한 핵심증인이 아니라는 데는 일정 공감대가 있는데도 여야는 왜 부르려 하냐, 왜 막으려 하냐며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민주당이 조 장관 관련 질의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문 위원장 채택에 합의하든, 한국당이 스포츠혁신위의 다른 관계자 소환에 합의하든 한발씩 양보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다.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국민들의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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