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가 팀 구성하면 잡음 없겠지"…착각 중 최고의 착각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3)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팀 빌딩의 실패는 통과의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 한 번씩 거쳐 가는 것으로, 초기 멤버들의 붕괴, 재 팀빌딩의 과정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표는 하늘이 무너질 듯한 비애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늘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 누리려고 이렇게 사나”라는 허무감과 배신감이 밀려오게 된다는 경험담도 귀에 딱지 나듯이 들어왔다.

“무슨 부귀영화 누리려고…”

창업을 하면 대표인 내가 팀원들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잡음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사진 pixabay]

창업을 하면 대표인 내가 팀원들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잡음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사진 pixabay]

비단 스타트업 이야기만은 아니다. 내가 예전에 다니던 어느 정도의 큰 조직에서도 늘 조직 구성원끼리의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일 잘하는 직원에게는 어쩔 수 없이 일이 몰리게 되었고, 그러다보면 상사는 그를 자연스레 편애하게 됐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해야할 때 상사는 직급에 상관없이 늘 믿고 맡길 수 있는 일 잘하는 직원을 찾았다. 그랬더니 그 일 잘하는 직원은 일과부하로 사표를 내게 된 경우도 있었고, 늘 중요한 일에 배제됐던 팀원은 회사를 퇴사하면서 퇴사 이유에 상사의 불평등한 조직 구성원 편애라고 메모를 적어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창업하게 되면서 사실 이제부터는 대표인 내가 팀원들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잡음은 없겠거니 했다. 내 입맛에 맞게끔 완벽한 편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껏 내가 했던 착각 중 제일 큰 착각을 꼽으라면 이 착각이었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구성하기 전 무지의 초야에서부터 같이 만들어온 초창기 멤버의 로열티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해 온 일 잘할 것 같은 고급인력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대표 입장에서는 이 둘 중에 중요한 임무를 누구와 긴밀하게 공유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고민이 시작할 때쯤이라면, 다행히도 회사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은 큰 기업처럼 대표가 임원으로부터 필터링이 된 보고를 듣는 기회가 많지 않고, 구성원들과 직접 같이 필드에서 부대끼면서 개개인에 대해 직접 보고 장단점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왜곡된 보고가 필요 없이 직접 대표가 팀원들의 역량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은 대표라는 것이 참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초보 창업자인 나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을 모을 조직원을 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매일 깨닫고 있다. 초기 기업에는 비전은 넘쳐날지 몰라도 그 비전만으로는 구성원을 응집할 만한 힘이 턱 없이모자르다. 그건 구성원도 그리고 대표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초창기 멤버들은 배고프다. 창업은 시간과의 버티기 싸움이라고 하던데, 다들 처음에는 열정적이다가 슬슬 배고픔에 지치게 마련이다. 대표는 늘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향후의 가치추구에 더 중점을 두고 싶은데, 그건 대표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구성원들은 지금 배고프다. 향후에 배가 부를지 몰라도 지금의 배고픔이 가장 시급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구성원이 지금 '약간의 배고픔'을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 대표 역시 직원들의 배고픔을 헤아려야 한다. [사진 pixabay]

회사의 미래를 위해 구성원이 지금 '약간의 배고픔'을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 대표 역시 직원들의 배고픔을 헤아려야 한다. [사진 pixabay]

회사의 가치추구에 앞서, 그들은 지금의 호주머니 사정도 매우 중요하다. 대표는 먼 훗날 가장 빛나는 날을 위해 지금의 손해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지만, 그들은 먼 미래보다는 지금 빛나고 싶어 한다. 그들의 마음속 한편은 “가치가 밥먹여주냐?”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진 구성원들을 대표는 충분히 이해를 해야 된다.

나도 회사의 구성원일 때 똑같이 그랬기 때문이다. 조직에 몸 담고 있었을 때 나도 늘 윗선의 의사결정이 종종 이해가 안 된 적이 많았다.

실력보단 심적으로 여유로운 멤버

최근 모 회사 대표를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엄청 잘하는 사람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로열티를 가지고 충성을 다 하는 사람 역시 잘 모르겠다. 실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조금 심적으로 여유로운 멤버가 스타트업 초기 멤버에는 최적의 자질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린 늘 당장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달려가야 하기 때문.”

하지만 안다. 이것 역시 대표의 이기심이다. 구성원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의 ‘약간의 배고픔’을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 대표 역시도 직원들의 배고픔을 헤아려줘야 할 것이다.

지금의 50점 스포트라이트보다, 추후 100점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스타트업의 최적의 멤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답은 회사가 잘되면 다 해결된다.

이태호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