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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19 합의로 수방사 불똥···靑영공방어 훈련 올해 '0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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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로 군내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장 훈련이 전면 중단되면서 청와대 등 수도권 영공방어를 맡는 부대의 사격 훈련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군 당국에 따르면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소속 방공여단의 35㎜ 오리콘 대공포 훈련이 올해 실시되지 못했다.

[단독] #고성 마차진사격장 못쓰게 되자 #안흥사격장에 부대별 훈련 몰려 #수방사 방공여단 한번도 못해

소식통은 “오리콘 대공포는 청와대와 정부 청사 등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서울의 영공 방어 무기”라며 “국방과학연구원이 운영하는 안흥사격장에서 통상 1년에 전반기와 하반기 모두 합쳐 약 2만 발을 쏘는 훈련이 진행돼왔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한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강원 고성군 육군 마차진사격장에서 해왔던 대공사격훈련이 중단된 데 따른 여파다. <본지 3일자, 8면> 마차진 사격장 훈련이 중단되자 이곳의 대체 사격장 중 하나인 안흥사격장에도 사격 훈련이 몰리면서 방공여단 훈련이 뒤로 밀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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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군사분계선(MDL) 기준 동부 15㎞, 서부 10㎞로 무인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군사합의 규정에 따라 지난해 11월 1일부터 마차진사격장 훈련을 중단하고 있다. MDL로부터 11.5㎞ 떨어진 마차진 사격장은 9·19 군사합의의 포사격 금지구역(MDL 기준 5㎞)에선 벗어나 있다.

하지만 대공사격훈련에 필수적인 표적기가 무인기로 해석될 수 있어 무인기 금지구역에는 포함된다는 의견이 뒤늦게 군 내부 회의에서 제기돼 결국 훈련이 중단됐다. 군 소식통은 “마차진 사격장을 쓰지 못하면서 다른 사격장으로 훈련이 몰렸고 안흥 사격장에서도 사격훈련 때 발생하는 소음이 늘어 주민 민원이 상당하다”며 “이런 이유로 안흥 사격장 측에서 방공여단 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방사는 방공여단의 대공포 훈련을 해병대가 운용하는 칠포 사격장에서 실시하려 했지만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민가와 인접해 있는 칠포 사격장 특성상 대규모 대공사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 일각에선 방공여단의 오리콘 사격 훈련은 내년에도 훈련 장소를 찾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기존 계획된 훈련의 경우 올해 남은 기간 꾸준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마차진 사격장의 대공사격훈련은 중단됐지만 대체 사격장에서 부대별로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 사격장에서의 훈련을 늘리면 주민 민원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각종 사격훈련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계속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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