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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생명의 오류, IT기술로 극복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55호 21면

책 속으로 

200세 시대가 온다

200세 시대가 온다

200세 시대가 온다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리더스북

노벨상 수상자, CEO 등 가세 #실리콘밸리는 죽음과 전쟁 중

다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아직 확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런데 벌써 ‘200세 시대’가 화두가 되고 있다. 『200세 시대가 온다』(독일어판 제목은 『미래의학』)는 과연 선정적인 책 제목일까.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닐까.

나이가 지금 기준과 같은지는 모르지만 구약성서에 나오는 므두셀라는 969세를 누렸다고 한다. 또 아담은 930세, 노아는 950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네 자리 숫자에 가까운 수명을 누린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독일 시사지 슈피겔의 실리콘밸리지사 편집장이며 미국 수석 특파원인 저자 토마스 슐츠의 관찰에 따르면 200세 시대가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슐츠는 질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현대 생명공학과 의학, IT 기술이 인류 생명 연장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현지 소식으로 전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우수한 인재, 아이디어, 자금력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지금 가장 활발한 ‘지구촌 생명 연장 연구 밸리’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적 기업 CEO들이 극비리에 무병장수 건강수명 연장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IBM처럼 의학과 IT분야의 전문 지식을 두루 갖춘 최고의 인재를 찾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탠퍼드대 총장 테시에 라빈은 “인간 게놈의 염기 서열 해독과 다른 막강한 기술 덕분에 질병 연구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발견된 지 100년이 넘은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의학연구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암을 정복하고 치매를 퇴치하고 HIV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치열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유전자치료와 줄기세포치료가 가시적 성과를 앞두고 있으며 인공장기의 개발과 사용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컴퓨터공학의 발전은 뇌를 들여다보고 빠른 속도로 게놈을 분석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류하는 신기술 발달의 기반이 되고 있다. 첨단 IT 기술 앞에서 질병과 죽음은 오류일 뿐이라고 여기는 실리콘밸리는 이 오류를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오류의 증상들을 빅데이터로 수집하고 그 원인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며 개별 환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예방조치를 함으로써 보건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고 있다.

“현대 세계의 최대 과제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비전이다. 틸은 생명 연장과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여러 기업에 투자해 왔다. ‘50대 같은 90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므두셀라재단이 대표적이다. 건강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도 투자했다.

틸이 최대투자자인 SENS리서치재단 설립자 오브리 드 그레이는 분자에서 발생하는 문제만 정확하게 파악하면 수명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놈 분석의 선구자 크레이그 벤터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함께 생물학 정복의 최종 목표인 장수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200세 시대가 쉽게 다가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 자리 평균 수명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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