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난민 만여 명 서독도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사우·수벤·부다페스트AP·AFP·로이터=연합】헝가리당국이 동독 인들의 자유로운 서독 행을 돕기 위해 11일 0시(한국시간 11일 오전7시)를 기해 오스트리아로 통하는 국경을 개방한지 만 하루도 안돼 8천1백 명의 동독 인들이 오스트리아에 도착했으며 이중 3천2백50명이 65대의 버스에 분승, 오스트리아에서 서독국경을 넘어 꿈에 그리던 자유세계의 품에 안겼다.
현지관계자들은 동독난민들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로 대거 몰려들고 있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지에서도 넘어올 것으로 보여 서독으로 가려는 동독 인들의 수가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고 전하고 12일0시까지는 약 1만 명의 동독 인들이 서독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진으로 도착한 미카일씨(24)는『헝가리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막혀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환하게 열려 있다』며『믿을 수 없다…. 너무 기분이 좋다』고 숨을 헐떡거리며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한결같이 동독을 떠난 이유를 흥미 있는 직업의 부족과 숨막히는 청년조직, 그리고 무엇보다 동독이 소련과 헝가리·폴란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독에 도착한 수천 명의 동독 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마침내 자유다』를 외치며 눈물바다를 연출했다.
드레스덴 출신 공장기술자인 로타 뮐러씨는『우리가 불원천리 달려온 것은 자유를 찾기 위함』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렸고 게르하르트 메어씨도『우리 부부,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란 전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떠나야 했던 진짜 이유』라며 목메어 했다.
한 40대 남자는『나는 27년 전에 탈출하기로 결심했는데 그것이 오늘 이루어졌습니다. 오늘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최고의 기분입니다』라고 감격해 했다.
핼무트 콜 서독수상은 이날 서독이 공산동독에서 피난해 온 독일인들을 모두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하고 서독국민들에게 그들을 환영하도록 촉구했다.
콜 수상은 기독교민주동맹의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아무도 내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들이 이곳에서 살기 위해 그들의 집과 직장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버리고 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 수상은 연말까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동독이주민들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하면서 서독의 부의 분배가 통일의 대가임을 분명히 하고『서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난 40여 년간 독일역사의 양지에서 살수 있었으며 우리는 동독에서 온 우리동포들이 개인적 행복을 찾을 권리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