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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바이든 조사' 공개요청한 트럼프 '뭇매'…"시진핑 통화내용 공개하라"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중국에 공개적으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민주당이 "또 다른 외세 개입"이라고 발끈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교스캔들로 탄핵조사 위기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지만, 민주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라"며 강수를 두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총공세 "또 다른 대선개입이자 대통령 선서 위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내년 미국 대선 개입을 요청하는 것을 전 세계가 목격했다"며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재선을 위해 국가의 안보가 저당 잡혔다"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9월 워싱턴 국회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9월 워싱턴 국회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통령 선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에서 경쟁자를 꺾기 위해 외국정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행위는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선서에 위반된다"며 "또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안보와 정치체계를 뒤흔드는 국기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대통령 각하, 당신은 외국 정부에 당신의 재선을 도우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민주당 경선 결과를 조작해 당신이 원하는 경쟁 상대를 뽑길 원하고 있을테지만,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앞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탑승 전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갑자기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바이든 가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공개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그는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만큼이나 나쁘다"고 했다.

CNN "이미 6월에 시진핑과 통화에서 바이든 언급"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뒤 후속보도를 통해 "이미 지난 6월 18일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할 때, 바이든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 문제에 정통한 익명의 정부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시 주석에게 자신의 주요 경쟁자인 바이든 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의 정치적 전망에 대해 시 주석에게 설명했다"며 "또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만큼, 홍콩 사태에 대해서는 미국이 침묵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공개조사 요청에서 "시 주석에게 조사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연방상원의원은 방송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트럼프가 또 다른 누구로부터 이득을 취하려 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백악관에 시 주석과의 통화기록을 모두 공개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난 6월 통화기록 공개를 요청하고 있는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해리스 트위터 캡처]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난 6월 통화기록 공개를 요청하고 있는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해리스 트위터 캡처]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이번 논란에 대해 중국이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중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이는 내정간섭을 금지한 중국의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4월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4월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트럼프의 요구를 들어준 뒤 무역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말에 베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기에, 미국 내정에 그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관여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배이더도 "중국은 미국의 대선에 관여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주 유엔총회 행사에서 "중국은 결코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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