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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떠도 못 잡는다” 심야 불법 ‘자가용 택시’ 활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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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10일 오후 11시 50분 서울 구로역 앞에서 탑승한 심야 불법 영업 택시 안. 이병준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 11시 50분 서울 구로역 앞에서 탑승한 심야 불법 영업 택시 안. 이병준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 11시 50분 무렵, 서울 구로역 안에서는 ‘영업’이 한창이었다. “자~ 안양 군포 수원!” “부천 가시는 손님!” 택시 기사로 추정되는 40~50대 남성 네댓 명이 개찰구에서 나오는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차를 타겠다고 하자 “합승해서 2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거절하고 발걸음을 돌리자 다른 중년 남성이 쫓아와 말을 건넸다. “합승 안 하고 2만원. 응? 갑시다.”

서울 구로역 앞 영업 현장 가보니 #막차 시간 뒤 자가용·렌터카 운행 #사고 나도 보험 처리 받기 어려워

차는 구로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택시 표시등은 없었고, 택시회사 이름도 쓰여 있지 않았다. 차량 내부에도 택시 면허나 미터기는 보이지 않았다. 심야 시간대 불법 택시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남성이 시동을 걸었다. 얼마 되지 않아 속도계는 시속 100km를 넘나들었다. 일반적으로 30여분이 걸리던 거리를 차는 20여분 만에 주파했다.

이 같은 불법 택시는 심야 시간대 서울 강남·명동·사당·구로 등지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막차’를 놓친 승객들이 주 고객이다. 택시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택시 면허 없이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 일반 차량으로 영업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택시와 달리 운전자의 범죄 경력 및 사고 이력 조회가 되지 않아 승객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사고가 난 경우 제대로 된 보험 처리를 받기도 힘들다. 적발될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최대 180일간의 차량 운행정지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시와 관할 구청, 경찰은 단속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불법 택시 영업 요건인 ‘승객과 운전자 간에 돈을 주고받은 사실(유상행위)’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일반 차량을 택시 영업에 쓰는 만큼 어느 차량이 불법 택시인지 구분하기 힘들고, 발견하더라도 승객이 돈을 내고 차에서 내릴 때까지 해당 차량을 쫓아가야 한다”며 “적은 수의 행정공무원과 특별사법 경찰관이 단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 택시 영업이 적발된 경우 차량이 등록된 관할 구청에서 이를 경찰에 고발 조치하지만, 유상행위 증거가 없는 경우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불법 택시 영업 신고자에게 포상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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