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침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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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체질 침법의 처방에는 기본방·활력방·장염증방·부염증방·마비방·정신방·살균방 등이 있다. '
질병의 종류에 따라 가미하는 처방이 있다. 소화불량·방광염 등에는 부염증방을 쓰며 중풍(뇌졸중)에는 마비방을 쓴다. 알레르기성 피부병에는 정신방과 부염증방을 교대로 적용하는 식이다.
이 같은 체질 침법 처방은 모두 효과가 우수해 놀라게 된다.
다만 활력방은 관절염이 아닌 신경통·근육통·원기부족·정력부족 등에 두루 좋다고 했는데 내 경험으로는 활력방이 원기 및 정력부족을 치료하는데는 뾰족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앞으로 팔상 체질 침법을 쓴 각종 질병치료의 경험 예를 소개한다.
지난 73년 추운 겨울 아침에 필자의 집에서 일하는 처녀(18세)가 화상을 입었다. 연탄화덕 위에 놓인 양은솥을 들다가 부주의로 엎질러 끓는 물에 양 목 발등을 크게 데었다.
곧 징크유(아연화유)를 발라 주고 이틀후 보니 오른쪽 발등은 별 이상이 없었으나 왼쪽 발등에 입은 직경10cm정도의 큰 화상은 염증이 매우 심했다. 진물이 많이 나오고 주변부에 육아조직(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드러운 선홍색조직)이 솟아 나와 있어 보기에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날저녁 이 환자에게 소양인 체질침의 기본방 5회와 살균방 1회를 놓아주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환자의 발등을 보니 환부의 전면에 얇은 단피가 생기고 진물이 하나도 없고 깨끗했다. 만져보니 새로 생긴 피부라 부드럽고 매끈매끈 했다. 하루 밤 10시간만에 그렇게 심하던 화상염증이 완치 된 것이다.
지난 77년에 몸무게 약90kg에 우람한 체격의 50대 초반 남자환자가 아들의 부축을 받아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왔다. 이 환자는 급성관절 류머티즘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던 상태로 오른발 등 중심부에 격심한 통증과 부종이 생겨 혼자서는 거의 걷지 못한다고 했다. 병원약을 먹으면 3∼4일만에 쉽게 나았으나 2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재발하는 패턴이었다. 여섯번째 재발인데 1주일간이나 약을 복용했어도 이번엔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체질진단 결과 태음인 I형이어서 이에 맞는 체질 침법을 적용했다. 기본방(대장 보침)5회에 장염증방(관절염방)1회를 가미하는 침법을 쓴 것이다. 1회 진료로 혼자 걸어갈 수 있게됐고 5일간 치료 끝에 완치됐다.
물론 체질 식단표와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체질식단표를 거의 지키지 않았으며 특히 태음인에게 해가 되는 맥주·약주·막걸리·청주·양주를 습관상·사업상 이유로 많이 마셨다.
아니나다를까 이 환자는 양방치료 때와 마찬가지로 1개월 또는 2개월 간격으로 수 차례 재발돼 그때마다 나를 찾아봤다.
필자는 해로운 음식을 먹지 말고 불가피하게 먹더라도 약간만 섭취하고 술은 체질에 맞는소주를 약간씩만 마시도록 강력히 권고했다. 그후 이 환자는 생활의 리듬을 지켜 완쾌 되 었다. 문의 536-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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