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놓고 번민하는「양궁 여왕」김수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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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양궁여왕」김수녕(김수녕·청주여고3)이 대학진로를 놓고 시름에 빠져있다.
내년 2월 청주여고를 졸업하는 김수녕은 부모, 자신을 길러줬던 코치, 학교, 협회 등 주변의 입장이 서로 달라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북경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훈련에 차질을 주지 않을까 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김의 현재 심정은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선배 서향순과 같이 이화여대에 진학, 정상적 대학교육을 받아 양궁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것.
그러나 주변의 입장은 다르다.
이화여대는 서향순이 입학했을 때 한때 양궁팀을 만들었다 해체, 현재 양궁팀이 없어 김이 계속해서 제대로 훈련하기에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육상의 임춘애와 서향순 등 여고스타들이 이대진학 후 밟았던 퇴조의 전철이 또 되풀이될까 우려하고 있다.
양궁협회 심택근 전무도『이대가 선수를 육성하기보다는 대외 전시용으로 스카우트하려는 것 같다』고 못 마땅해 하고 있다.
또 청주여고를 중심으로 충청도 교육계 및 양궁인사들은 지역양궁 발전을 위해 김이 충북대와 충남대 등 충청도권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부친 김병선씨는『수녕이가 성인이 된 만큼 진로는 본인의사에 달려 있다』 고 딸의 이대진학을 암암리에 지원사격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양궁관계자들은『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북경아시안게임 때까지 김이 세계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좋은 시설과 지도자를 갖춘 한체대 등 체육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녕 본인은『이대에 가기를 바라지만 희망한다고 모두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주위에서의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부담이 된다』고 착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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